문한식 변호사
문한식 변호사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촌놈에게 나라가 장학금도 주고 기숙사도 마련해줘 학업을 잘 마칠 수 있었다며, 사회와 국민이 준 혜택을 갚기 위해 변호사 개업 후 약 30년간 주로 서민 보호나 공익과 관련한 활동을 도맡아 해온 문한식 변호사를 인터뷰했다.

문 변호사는 대학 시절 정수장학금을 받은 이들의 모임인 '상청회'의 회원으로서 장학금 마련 활동을 하는 등 후학 양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1995년부터 20년간 헌법재판 사건의 국선 대리인으로 활동하면서 2009년 교통사고로 중상해를 입히고도 합의하지 않는 운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특히 2010년부터 3년간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근무하면서 일평균 4건이 넘는 고충 민원 4천 912건을 심사해 2천 948건에 대한 시정권고·의견표명·합의해결 수용을 끌어낸 공로로 2014년 '국민권익의 날'에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했다.

그리고 북한주민의 인권 향상에도 관심을 가지고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 법률자문단장 등으로 열심히 활동해오고 있고, 그 공로로 2018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의장 (대통령)표창장도 수상하였다.(이하 일문 답)

- 어린 시절 고향에 대한 기억은?

전남 영암군 영암읍 장암리에서 10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우리 마을은 남평 문씨의 집성촌으로 규모가 꽤 커서 마을에 사당이 있었다. 그리고 서당도 있었다. 그래서 조상님들로부터 그런 성현 말씀을 접하고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유학 공부도 좀 할 수 있었다. 천자문이라든가 격몽요결을 비롯한 유학 공부를 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갔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면 매우 큰 도움이 됐고, 제 복이 아니었던가 그런 생각이 든다.

- 서울대 법대를 차석으로 졸업하고 제1회 법원 행정고시에 합격한 배경은?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당시에 사법고시에 도전했는데 여러 번 낙방했다. 하지만 저는 10남매 중 장남이라서 부모님과 자녀들(동생들) 뒷바라지 때문에 계속 공부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1977년 제1회 법원 행정고시에 합격해서 법원 공무원 생활을 7년 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사법고시 공부를 계속해서 결국 사법고시도 합격했다.

- 헌법재판 사건 국선 변호인만 27년 한 이유는?

1984년도에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20년 넘게 헌법재판 사건 국선 변호인을 했다. 그 이유는 제가 학창 시절 장학금 혜택을 많이 받았는데 조금이라고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힘없고 못 배운 그런 사회적 약자의 어떤 권리, 말하자면 입법권과 행정 권력으로부터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헌법재판소 국선 대리라는 저의 소임을 다하고자 했다. 그런 약자를 위해서 변호하는 것이 사회에 환원하는 길이 아닐까 싶어서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그러면서 큰 보람도 느꼈다. 그러다 보니 헌법재판소장으로부터 ‘모범국선대리인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누리게 됐다.

- 법 이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한다. 법이라고 하는 것은 많은 사람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규범이고, 그리고 그 규범을 통해서 사회 구성원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그런 공동생활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일수록 이렇게 법이 하나의 큰 울타리가 되는 것이다.

원래 법의 역사가 영국 마그나 카르타 (영국 대헌장), 프랑스혁명, 미국 독립혁명 등 귀족이나 힘 있는 자로부터 약자의 권리를 확보하는 그런 기득권과의 투쟁의 역사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법이 발전해 왔다.

그런데도 아직도 법을 많이 배웠다는 이유로 또 자기들이 많이 가졌다는 이유로 법을 악용하는 사례들도 있다. 유전무죄가 대표적이다. 그게 자꾸 너무 부각이 되다 보니까 법이 가진 자의 편 아니냐 이런 오해를 살 수 있지만, 그래도 법이 있기 때문에 사회가 이만큼 질서가 유지되고 민주화가 되어 가는 거 아닌가. 그래서 절대 힘이 약할수록 냉소적으로 되어서는 안 되고 법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법을 수호해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특히 뜻있는 법조인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끝으로 한 말씀

법은 우리를 보호해 주는 울타리이다. 법의 이념은 정의이다. 그런 법의 이념을 최대한 살려서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사는 사회, 억울한 사람이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미력하나마 계속 힘이 닿는 데까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무료 변론이나 국선 대리인 일을 하면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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