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선거구제는 진영양극화·死票 발생 등 폐단

개헌이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정치권이 새해 벽두부터 선거제도 개편 논의로 뜨거워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정치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중대선거구제’를 최근 언급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거제는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역 특성에 따라 2명·3명·4명을 선출하는 방법을 고려해보자는 제안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몇 차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언급한 바 있지만 집권 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개 지역구에 2~3인의 대표를 뽑는 방식이다. 다양한 목소리가 대변될 수 있고 지역주의 완화 효과도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 제13대 총선 때 각 선거구에서 득표를 가장 많이 한 1인이 선출되는 소선거구제를 택했다.

입법부 수장인 김 의장도 화답했다. 김 의장은 현행 소선거구제가 사표(死票)가 많이 발생하고, 국민의 뜻이 제대로 결과에 반영되지 못하며,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로 인한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 중 하나로 중대선거구제도도 있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여러 대안을 잘 혼합해 선거법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김 의장의 제안은 보다 구체적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2월 중순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복수로 제안하고 300명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해 3월 중순까지 내년에 시행할 총선 선거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여야 정개특위 소속 의원들과 만찬을 가지면서 법정 기한인 4월 10일 이전 선거법 개정을 마치기 위한 개정안 제출을 각 당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선거구제 개편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당시 3 대 1 인구편차의 선거구 획정 방식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중대선거구제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라는 선거제도 개편이 한 차례 진행됐지만 소선거구제·비례대표제의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됐다.

지금까지 중대선거구제 도입 목소리는 정의당 등 소수 정당 중심으로 제기돼왔다. 거대 양당 중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중대선거구제 도입 요구에 비교적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윤 대통령이 제안하자, 선거제도 개편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국민의힘도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등을 통해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당의 입장을 빠른 시간 내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헌은 신중해야 한다. 개헌은 국가 백년대계 곧 국정운영시스템을 전환하는 일이다. 개헌을 통해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 다수당과 소수당이 견제와 균형, 대화와 소통을 통해 선진국 형 틀을 구축하는 일이기에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시기와 권력구조, 선거구제, 지방분권 등 과제가 적잖다.

시대흐름을 담는 헌법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특정 정치세력의 ‘정략적 개헌’ 추진은 용납될 수 없다. 개헌 논의를 하더라도 경계할 사항이 적잖다. 예컨대 우리 헌법상 대통령도 개헌 발의권이 있으나 오해와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내 개헌특위를 만들지 말고, 국회 개헌특위를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 물론 야당의 수적 우위에 근거한 밀어붙이기가 아닌 ‘여야 합의(合意)‘에 의한 개헌 추진을 대전제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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