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기둥' 반도체·중국 수출 저조 대비를

대한민국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43% 안팎으로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독일(46.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등으로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어려움이 컸지만 지난해 한국 무역은 ‘선방’했다.

하지만 수출산업에 ‘암운(暗雲)’이 드리워졌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2년 12월 및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액은 6839억 달러로 전년 대비 6.1% 증가해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수입액은 전년보다 18.9% 늘어난 7312억달러로 집계됐다.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2000억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 수출 경신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로써 무역 수지는 472억 달러(약 60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가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미국 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132억 6000만 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주력 품목인 중 반도체·자동차·석유제품·이차전지 등 수출 실적을 1년 단위로 보면 역대 최고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7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1292억3000만달러에 달하는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자동차 수출은 541억달러를 기록하며 7월 이후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석유제품 수출은 고유가 영향으로 7개월 연속 50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호황이 지속하며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인 630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며 반도체 다음으로 수출 규모가 컸다.

심각한 상황은 무역수지가 9개월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량의 20%(지난해 18.8%) 정도를 점유하는 효자 품목인 반도체가 지난달 기준 5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수출 감소 폭 역시 더 확대 추세다. D램 고정가 약세가 주요인이다. 2021년 4분기 D램 고정가는 3.71달러에서 지난해 1분기 3.41달러, 2분기 3.37달러, 3분기 2.86달러, 4분기에는 2.21달러까지 내려가는 등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철강 수출 역시 지난해 12월 전년 대비 20.9% 감소했다. 동절기 비수기에 진입하며 미국·아세안·유렵연합(EU) 등 주요 시장의 수요가 둔화세다. 유화는 최대시장인 중국 내 자급률 상승과 대규모 설비증설에 따른 공급과잉·단가하락 등 업황 악화로 23.8% 줄었다.

설상가상 우리 수출의 '양대 기둥'으로 불리는 반도체에 이어 대(對) 중국 수출도 지난해 대비 26% 정도 줄었다, 우리 수출 가운데 중국으로의 수출은 약 25%에 이른다. 사실상 같은 국가가 돼 버린 홍콩을 포함하면 31%가 중국으로의 수출이다.

원자재 값 급등에 따른 수입단가 오름세에다 주력 수출 품목마저 저조하기에 수출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수출환경이 최악 상황임을 말해주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는 높은 수입 물가에 기인한 바 크기에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활성화 등 공급망 안정과 해외 유보 기업자산의 국내 환류 유도,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 환율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길 당부한다.

또한 수출 부진은 다른 악재를 초래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국제금융시장 등 대외 여건과 경상수지 흐름,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경제에 대한 평가, 해외 대체투자 손실 확대 등에 따라 외화유동성 상황이 예상보다 나빠질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비한 유동성 리스크 관리는 강화해야 한다. 물론 반도체 등 주요 품목에 투자 세액 공제 확대 등을 통한 국제경쟁력 확보도 시급하다. 정부와 국회의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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