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행은 영부인 비서의 안내로 여러 곳을 둘러본 후 숙소로 돌아갈 때도 안내를 받으면서 왔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이동했다.

그런데 돌아가는 길목의 여러 장소에서 약 2~3m 정도의 높이로 쌓아 올린 듯한 흙탑(soil tower)이 보였다.

나는 걸어가면서 왜 이렇게 흙으로 탑을 쌓아 올려놓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곳 원주민들의 특별한 종교적 믿음에서 쌓아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옛날 우리나라의 한적한 시골 산길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들이 지나다닐 때마다 돌을 하나씩 쌓아 놓고, 소원을 빌거나 안전을 기원했던 성황당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일언지하에 빗나고, 흙탑은 바로 개미들이 높이 쌓아올린 집이었다.

가깝게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무수히 많은 흰개미가 흙집을 지어놓고, 떼를 지어 오르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흰개미가 한꺼번에 사람에게 몰려들어 공격을 가한다면 꼼짝없이 당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개미는 원통형 형태로 2~3m 정도 흙을 쌓아 집을 짓는데, 흙집의 중앙은 통풍을 위해 공간으로 비워둔다고 했다.

어떻든 감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개미는 대단한 위력을 보유한 건축가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이곳에 와서 보이는 곳마다 흙바닥뿐이었으므로 암반이 노출된 장소가 있으면 안내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안내인은 한 10분 정도 걸어가면 볼 수 있다고 하고 안내를 했다.

우리 일행이 이동할 때는 항상 무장군인이 동행해서 보호를 해주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보는 군인들의 모습은 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군복을 입은 녀석이 있는가 하면, 없어서 사복차람인 녀석도 있었다.

또 군화를 신은 녀석과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녀석도 있었다.

그러나 개인 소총만은 반드시 모두 소지하고 다녔다.

그런데 이들은 식사시간에 우리가 먹다 남은 음식을 나중에 가져다 먹었는데,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이들의 궁핍한 생활상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장면이라 하겠다.

내가 두 명의 군인과 함께 걸어가는 길에 담배를 피우느냐고 물었다.

피운다고 해서 한 개비씩을 나누어 주었다.

그들은 대부분 흡연자들이었지만 돈이 없기 때문에 사서 피울 형편이 못되었다.

이곳의 담배는 케냐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질이 매우 나쁘고 독했다.

그리고 한 갑에 미화로 1.25$ 정도였으니 매우 비싼 편이었다.

나는 군인들이 안쓰러워 보여서 피우던 담배를 갑째 주었더니 그들은 무척 좋아했다.

그들과 걸어서 도착한 장소는 홍수 같은 큰 비가 와서 토사가 쓸려 내려간 후 형성된 하천인 듯한 장소였다.

나와 K기술사는 이곳 지대의 지질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출된 암반을 찾아 헤맸다.

한참을 찾아 헤매던 중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노두(露頭, out crop)가 하천변에 약간 노출되어 있었다.

당초 이곳에 출장을 오기 전에 조사대상 지역의 지형도와 지질도를 요구했지만 워낙 황무지로 지질조사는커녕 지형도마저도 작성되어 있지 않아 없다고 했다.

즉, 자연생태계가 거의 훼손되지 않은 지역으로 지형조사와 지질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엽적으로나마 지질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암반이 노출된 곳을 안내해 달라고 했던 것이다.

암반은 하천변을 따라 부분적으로 약간 노출되어 있었다.

나와 K기술사는 함께 나름대로 암반의 생성기원과 암상을 확인하면서 어떠한 광물이 포획될 수 있을지의 가능성에 대해 조사했다.

하천 바닥에는 비중이 다른 모래와 금속성분이 잘 분리(separation)되어 쌓여 있었다.

경제성까지 판단하기는 어려웠으나 까맣게 쌓인 금속성분이 두터운 층후(層厚)를 보였다.

그렇다면 이곳으로부터 머지않은 장소의 어디엔가 금속광물이 부존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물채취를 위한 조사의 주된 목적은 금과 다이아몬드 광상이었으므로 우리는 이 정도의 조사를 마치고 캠프로 돌아왔다.

- 34회에 계속 -

박정봉 칼럼니스트
(전)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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