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급등으로 존폐 위기 놓인 중소기업 증가

대·중견기업이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에 협력해야

자연계의 최상위 포식자 같은 역할을 경제계에선 대기업이, 하위역할을 하는 중소기업과 소기업이 있다. 자연계의 먹이사슬은 하위자에게 상위자는 숙명적으로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나 경제계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체계는 ‘죽음의 관계’가 아니라 상생 관계다. 대기업이 성장하고 생존하기 위해선 중소기업도 함께 성장하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경제계엔 다양한 규모의 기업들이 존재한다. 대표 1인만 있는 아주 작은 기업에서 수십 명 또는 수백 수천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업에서 수십만 명을 거느린 대기업까지 다양하다. 기업 규모는 각자 하는 일과 성격에 따라 다르다. 수십만 명의 대기업이 1인 기업이 하는 일에 매달린다면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들어섰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문제가 모두 해소되고 협력적이고 상호 부조 정신이 투철한 관계가 됐다고 볼 수 있을까.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라지지 않고 상존하는 기업 간 문제를 보자. 아마도 중소기업이 존재하는 한 상존할 것 같은 문제는 ‘납품단가 연동제’일 것이다. 이는 원자재가격이 국제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로 급등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이들 원자재로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경영난이 극심해진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납품단가에 반영해 납품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도 납품단가에 반영되니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피해가 적을 수 있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납품대금 연동제 시행을 앞두고 대기업들이 이 제도를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8일 서울 서초구 KT 우면 연구센터에서 '현장안착 TF 로드쇼'를 개최했으나 대기업 경제단체들이 불참했다. 당초 제도 참여 당사자인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사와 이들을 대표하는 협·단체로 꾸리고자 했으나 중견기업과 대기업 협·단체에서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KT, LG전자 등 개별 대기업사는 TF에 참여해 그나마 긍정 평가된다.

근래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高) 복합위기로 존폐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이 늘면서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계기업은 이자 보상배율이 3년 연속 1.0 미만인 기업으로,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을 말한다.

한국은행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계기업 비중이 2022년 15%대로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해 처음 취약기업이 된 기업 비중은 높아져 심각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면서도 고용 비율이 높은 중소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히 마련돼야겠다.

모범적 사례도 있다. 삼성전자의 협력업체 모임인 ‘협성회’ 자료를 보면 회원 200여개사 중 9개사가 1조클럽(연1조원 매출 달성)에 진입했다고 한다. 201개사의 2019년 매출액이 60조 원을 달성했고 고용인원은 28만 명이라고 한다. 1991년부터 매출은 25배, 고용은 6배가 성장했다고 한다. 삼성전자라는 글로벌기업이 중견·중소 협력기업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멋진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홀로 세계적 기업이 된 게 아니라 수많은 협력업체와 그 협력업체의 더 작은 협력기업이 힘을 합쳐 일궈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표하는 협·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은 중기부가 구상하는 '현장안착 TF 로드쇼' 등에 참여해 납품대금 연동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윈-윈 할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되도록 앞장서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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