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의 사업파트너인 무스타파는 K사장, 촐 재경부장관 등과 함께 나와 다른 자동차를 타고 이곳까지 이동해 왔는데, 얼굴 인상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식사를 해결해 주지 않고,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하자고 했다.

알고 보니 이동한 장소는 걸어서 불과 1분 남짓 거리에 위치한 낡은 건물이었다.

실내에 들어서자 이곳은 잠시 회의를 하기 위해 옮긴 장소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실내 한쪽 중앙에 책상이 하나 놓여 있고, 앞에 회의 탁자는 놓여 있지 않았으나 실내 가장자리에 빙 둘러 앉을 수 있도록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쿨 총리가 중앙의 책상이 있는 자리에 앉았고, 나머지 일행은 모두 주위의 의자에 앉았다.

쿨 총리가 앉아 있는 자리 뒤편 위쪽 벽에는 아마도 뉴수단의 대통령인 듯한 사람의 사진액자가 걸려 있었다.

잠시 후 이곳 현지 책임자가 우리에게 환영인사를 한 다음 현지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서 쿨 총리도 이곳의 실정과 과거사(남북 수단 간의 전쟁사)를 간략하게 부연 설명해 주었다.

이곳 카포에타는 수도(首都, capital city) 주바(Juba)에 이어 제2의 도시(수도)라고 하면서 북부 수단과 치열한 전투를 치른 지역이라고 했다.

쿨 총리의 이야기가 끝나자 드디어 작심한 듯 무스타파가 말을 이어갔다.

그가 말한 내용의 요점은 첫 번째 금광지역 조사에서 너무 실망했으며, 더 조사해 볼 가치조차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정도의 금광상을 확인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인상은 무척 화가 나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무스타파는 K사장과 함께 자동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실망스러웠던 금광조사 결과를 남부 수단 정부 요인들에게 할 말은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하면서 K사장에게 매우 부정적인 표현을 했다는 말을 나중에 들었다.

K사장도 역시 무스타파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는 이곳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그때그때 할 말은 하고 넘어가야지 은근슬쩍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의 비지니스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한 생각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무스타파의 말을 듣고 난 쿨 총리도 화를 냈다.

그런데 쿨 총리가 화를 우리한테 내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일행인 전 자원부 장관의 허언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인지 그 속셈은 알 수 없었다.

쿨 총리는 부하 직원에게 지금 당장 우리가 엔테베공항에서 타고 왔던 이글항공사(Eagle Air)의 경비행기를 불러 대기시키라고 지시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살벌해지기 시작했다.

먼 나라 아프리카 수단까지 와서 이제 모든 일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자 다음 일정이 불투명한 가운데 진행될 상황이 걱정되었다.

아니 수포로 돌아가는 비즈니스보다 이곳에서 과연 별 탈 없이 안전하게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더 앞섰다.

물론 이곳을 방문하기 전 서울에서 뉴수단 정부로부터 안전보장 양해각서를 받은 바 있긴 하다.

실상 남북 수단이 휴전중이긴 하지만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나라로 그들은 지난 19년 동안 내전을 치르면서 끊임없이 다툼을 이어왔기에 불안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더구나 이 지역은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는 살벌한 군사지역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내가 나서서 K사장과 무스타파 그리고 코만도 쿨 총리에게 조금 전에 본 나루스(Narus) 지역의 광상 조사결과만으로 금광 부존 가능성 여부를 속단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기왕 어려운 여정을 계획하고 먼 이국땅에 왔으니 다른 장소 한두 곳을 더 조사해본 다음에 최종 판단을 내리자고 제안했다.

내가 이렇게 제안한 목적은 지금 화가 나 있는 쿨 총리를 진정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최우선으로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사실 한두 곳을 더 조사해본들 그들이 호언장담했던 말들과 지금까지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획기적으로 반전될 일은 없겠지만 쿨 총리의 화를 가라앉힐 수 있는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야 무스타파가 화를 낼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제고할 수 있고, 나아가 뉴수단 정부 요인들도 자신들의 허구성르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 39화에 계속 -

박정봉 칼럼니스트(전)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박정봉 칼럼니스트                                  (전)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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