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청년 고용 46%…50만명 “그냥 쉬었음”

경직된 노동시장과 인력수급 불일치 개선 과제

우리의 청년들이 ‘실의(失意)’에 빠져 있다. 미래의 주역인 젊은이들이 취업난과 생활고 때문에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삼포 세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 인간관계와 주택구입까지 포기해 ‘오포 세대’라는 자조가 나온 지 오래다.

통계청의 ‘2023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 이하 청년층 취업자는 385만3000명으로 전년대비 12만5000명 줄어들었다. 비경제활동인구(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인구) 가운데 활동상태를 ‘그냥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층은 49만7000명이다. 2003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이러니 청년층 고용률은 45.5%에 그치고 있다. 실업률은 7.0%로 전년 동월대비 0.1%p 상승했다.

이처럼 청년층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청년 실업률은 7.0%라고 하지만 체감실업률은 20%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청년 5명 중 1명이 실업자라는 뜻이다. 체감실업률이란 공식 실업자에 더하여 잠재 구직자를 포함한 비율을 말한다.

공식 실업자는 조사대상 기간에 수입 있는 일을 하지 않았고, 4주간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사람을 일컫는다. 현재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 공식 실업률에 포함되고, 주당 36시간 미만 일을 하면서 다른 직장에 재취업을 원하거나 비경제활동인구에 있지만 늘 구직에 대한 노력을 하면 체감실업률에 포함된다.

이처럼 저조한 청년 고용률의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와 인력 수급 불일치, 우리 경제의 고용 창출력 저하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기업노조, 이른바 귀족노조의 노멘클라투라(특권적 지위)는 일반 해고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경직된 기득권에 기생하고 있다.

고용 규제와 강성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대기업과 정규직이 높은 임금과 고용 안정을 누리면서 청년층이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노조가 있는 300인 이상 사업장 정규직의 월 임금이 비정규직 월 임금의 2.8배 수준이다. 경총은 근속연수 30년차와 1년차의 임금 수준 차이가 유럽연합(EU) 국가 평균(1.65배)보다 높은 3배에 이르는 상황에서 정년 연령을 60세로 의무화하면서 청년 고용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청년실업은 우리 사회가 간과해선 안 될 문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 있다. 정부와 기업이 복합불황기에 좋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정책은 하나를 추진해도 장기적으로 작동 가능하고, 시장 친화적이어야 할 것이다.

대기업의 대졸 초임이 지나치게 높아 고학력 청년층이 대기업과 공기업으로 쏠리면서 중소기업이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인력 수요·공급 미스매치(불일치) 현상 심화도 가볍게 여길 수 없다. 2000년 이후 고등학교 졸업생의 약 70%가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청년층이 고학력화 되면서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인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일시적이고 단순 고용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의 과감하고 선제적인 정책과 재정투자가 수반돼야 한다. 효과적인 재정투자를 위해서 목적과 성과를 바탕으로 기존에 추진됐던 청년고용 정책과 사업들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유사·중복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효율적으로 개편·조정할 필요가 있다. 효과가 불확실한 이벤트성 사업에 시간과 정력을 쏟기보다 청년들에게 만족도가 높은 정책들을 선별해 집중 지원·육성하길 바란다. 그렇지 못한다면 청년 실업 문제는 상당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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