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수단 국민들은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전쟁을 치르면서 고통을 겪어온 민족이다.

그들은 오랜 기간 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약탈당했기 때문에 총을 든 군인을 보면 무엇이든지 감추고 내놓지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그들은 갖고 있는 금을 빼앗길까봐 절대로 내놓지 않는다는 것을 영부인은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출발할 당시 왜 그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미리 말해주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영부인은 총리가 하는 일이기에 영부인은 일부러 간섭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만이 가동할 수 있는 부족 간의 연락망과 지역 촌장 간의 연락조직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원주민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금을 군인을 앞세우고 가면 절대로 내놓지 않기 때문에 수집해 올 수 없었던 것이다.

영부인은 자신의 연락망을 통하여 그들에게 필요한 생활필수품과 교환해주는 조건을 제안해야 금을 수집해 올 수 있다고 했다.

영부인의 설명을 듣고 나니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수단 원주민들에겐 돈이 필요 없었다. 뉴수단 내에서 생산되는 공산품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들은 돈으로 어떠한 물건도 살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금을 가지고 인접국인 케냐까지 가서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으로 바꿔오는 물물교환 생활방식에 익숙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부인은 자신이 알아서 원주민의 지역책임자격인 촌장을 통하여 금을 수집해놓게 한 다음 우리에게 다시 연락을 해줄 테니 그 때에 다시 오라고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역시 코만도 쿨 총리와 아더 촐 재경부장관 등이 취한 행동은 모두가 못생긴 전 자원부장관의 말만 듣고 계획성도 없이 액션을 취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우리는 쿨 총리 일행과 함께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 둘러 앉아 이젠 도로공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는 영부인도 함께 참석했다.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엔지니어가 지도를 가지고 왔다. 지도에는 남부 수단과 북부 수단의 경계(휴전선)가 빨간색으로 그어져 있었다.

남북 수단은 현재 국경지역에 서로 군대를 배치해놓고 대치하고 있는 휴전상태이다.

쿨 총리는 뉴수단(남부 수단) 전선에 약 35만 명의 군인이 배치되어 있다고 했다. 케냐 대사(엔지니어, 박사)는 가장 시급한 과제가 우간다 국경으로부터 뉴수단의 수도인 주바(Juba)까지 연장 약 2백Km 정도의 도로건설이라고 했다.

그리고 난 다음에 주바와 카포에타를 연결하고, 또 다른 도시와의 삼각형 도로망을 건설해야 한다면서 약 2천Km에 이르고, 전국 도로망 건설계획은 2만Km가 된다고 말해서 공교롭게도 모두 2와 관련된 숫자들이었다.

도로는 우선 비포장으로 건설하고, 나중에 석회석 광산을 개발해서 콘크리트로 포장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도무지 이 지역에 대한 지형 및 지적측량이 이루어지지 않아 지형(지적)도가 없으니도로개설 선형(線型)을 계획할 수조차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따라서 설계측량을 겸한 시공측량이 도로개설 공사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당초 우리는 이곳의 금광지역을 조사하면서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GPS 기기를 휴대하고 왔기에 이를 사용해 보려고 했으나 위성과 연결할 기지국이 없어서 무용지물이었다.

GPS는 요즈음 측량뿐 아니라 실생활에 필수적인 장비이다.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지구 상공에 24개의 위성이 쏘아 올려져 3개는 예비용이고, 21개가 작동 중에 있어서 전 세계를 모두 커버하고 있다고 알고 있으나 유독 이 지역은 권역을 벗어나 있었다(2002년 당시 기준).

엔지니어가 가지고 있는 지도는 케냐에서 구입해 온 것으로 딱 한 장 밖에 없었다.

뉴수단 내에서는 아무 것도 얻고자 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

앞으로 독립해야할 뉴수단 대부분의 땅덩어리는 한마디로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미개발지역으로 인간이 자연과 함께 원시적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이를 다시 말하면, 자연이 거의 훼손되지 않은 곳에서 사람이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원주민들은 자연 속에서 자연의 순리대로 거의 동물적 삶을 살고 있었다.

- 47회에 계속 -

박정봉 칼럼니스트(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박정봉 칼럼니스트(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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