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한국경제연 통합해 개명…쇄신 추진

신산업확대·윤리경영위 설치, 국민소통 강화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대에 우리가 처한 경제 여건은 열악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중 패권전쟁 속 자국우선주의 강화 등 국제관계 악화, 경제대국 진입에 따른 최상위권 국가와의 경쟁압박, 제조업 패러다임의 탄소중립 형 전환 압박 등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과거보다 더욱 험난하다.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로 대표되는 복합위기에 주요 산업단지마다 공장은 가동을 멈추고, 기업의 수익구조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민간의 경제 성장기여도가 2010년 6.9%에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0.3%까지 떨어지는 등 민간 활력 하락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지속적 발전을 위한 토대 재구축이 시급하다. 이런 실정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이름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꾸고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는 쇄신책을 발표해 주목되고 있다. 신산업 분야 기업인 등 회장단 확대,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국민소통 강화 등의 혁신방안도 내놓았다.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을 모델로 1961년 창립돼 600여개 회원사를 둔 전경련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며 정부와 기업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 전경련은 ‘자유 시장경제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표방하며 재계의 맏형으로 불렸다. 현실은 안타깝게도 전경련은 한국경제 발전에 지대한 공헌이라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요 선거마다 불법 정치자금 제공,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같은 정경유착이 원죄처럼 씌워져 근래 ‘버린 자식’ 비슷한 처지였다.

검찰 수사와 재판 등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전혀 다르다. 모든 과정을 청와대가 주도했고, 전경련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태는 반드시 끊어내야 하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이익단체로서 기능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있고, 노동조합 연맹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있듯이 어느 집단이든 그 집단의 이익과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이익단체를 영위할 권리는 있다.

전경련은 그런 역할을 위한 개혁을 추진해왔다. 국내 기업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기구이자 국내 경제현안에 대한 조사 및 정책연구의 역할을 담당하는 기구로서의 긍정적 역할이 오늘날 더욱 크게 요청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전경련이 55년 만에 기관명을 바꾸고, 한국경제연구원과 통합해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전환한다고 하니 기대가 적잖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은 전경련이 시장과 시민사회가 크게 성장한 역사의 흐름을 놓치고 정부와의 관계만 치중한 점을 반성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시장 공정성 확보와 과도한 규제 등 잘못된 법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개혁 기능은 살아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옳은 진단이다. 경영의 정도를 근본적으로 지키면서 자유와 민주, 시장의 가치를 수호하고 궁극적으로 국가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역량을 발휘해야 할 역할이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미국의 해리티지 재단처럼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서 현재의 낡은 엔진과 소프트웨어로는 지속발전을 해내기 힘든 환경임을 인식해 현실적 정책 대안 제시에 나서야 한다. 헤리티지 재단은 연 300여 종의 정책 보고서를 작성해 미국 상하 의원과 보좌관, 행정부의 정책 입안자, 주요 언론 등에 배포한다. 또 정부 규제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나타내는 세계경제자유지수도 발표하고 있다.

선배세대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산업화와 정치민주화를 달성했듯 이제는 우리 세대가 4차산업혁명 시대 국가발전 단계를 완성할 차례다. 그 사명이 경제단체의 맏형 '한국경제인협회'에 짊어져 있다. 정부는 민간 경제단체로서 전경련이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생산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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