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양산 사저 근처에 ‘평산책방’을 오픈하고 지난달엔 다큐멘터리 영화 ‘문재인입니다’를 개봉한 문제인 전대통령. 마치 정치를 다시 준비하는 사람 같다. 주민을 위해 책방을 열었다지만,

오롯이 그를 위한 정치 공간이다. 팬 미팅장이고, 친문의 성지가 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다녀갔다. 그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대화는 정치인의 의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재임시절‘불통 대통령’이었던 그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전직대통령답게 정파를 떠나 덕담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잡음이 끊이지 않는책방이다. ‘무급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는데 ‘돈도 안 주고 일 시키느냐’는 반발을 불렀다. 책방 측은 철회했지만, 문 전 대통령은 아무말도없다. 재임 당시 불리하면 침묵하던 모습 그대로다. 변호사 출신인 문 전대통령이 공익사업이라면서 사업자 명의를 처음에 재단이 아닌 문 전 대통령 개인으로 한 것도 논란이 됐다.퇴임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전직 대통령 예우법을 거나하게 해놓아 평생 연금등 돈에 대해 걱정 없을 터인데 책방 곳곳에‘장삿속’이 묻어난다는 지적은 아랑곳 하지않는 모습이다.

영화 ‘문재인입니다’역시 논란거리다. 잊혀지겠다고 해놓고, 한편에선 홍보 영화를 준비한 게 놀랍다. 애초에 잊혀질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닌가. 편집 과정에서 삭제했다는 그의 발언이 의미심장하다.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져 허망한 생각이 든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영화를 본 뒤 “문 전 대통령을 꼭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결의를 다졌다.

퇴임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다시 개헌을 해서 중임제로 바꿔 재선에 도전 시키겠다는 건지... 영화는 실패했다. 관객 수는 개봉 2주 동안 10만 명 남짓. 185만 명이 본 ‘노무현입니다’와 비교된다. 관람평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싸움판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지켜보는 국민은 착잡하다.자선전이나 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난 2월에는 문 전 대통령이 트윗터를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책을 거론하며.저자의 역량을 새삼 확인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 조국이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지 1주일 지난 때였다.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언급이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전임 대통령의 말은 그 자체로 정치적이다. 조국에게 애틋함이 있다면 따로 연락하면 될 일이다. 굳이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은 조국을 택한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행동이다.

제주 4·3평화공원,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추모만 하는 게 아니라 어김없이 정치색 짙은 말을 남겼다. “4·3을 모독하는 행위가 이뤄지고 있어 개탄스럽다.”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게 정치인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재임시 역사인식으로 논란의 대상였던 대통령이었다.건국일,비전향 장기수 뜻을 흠모 한다,등 편행된 인식이 수도 없었다”이모든 사건은 논란의 여지가 큰 현대사의 사건들이다.자칫 국론 분열을 불러올 일이다. “잊혀지고 싶다”는 당초 약속은 온데간데없다.

유감스럽게 문 전 대통령은 현실 정치에 끼어든다. 정상까지 오르고 하산했지만 내려놓지 않는다. 참배·책방·영화·SNS…. 뭔가 끝없이 도모하면서도 이런 상황을 남 탓으로 돌린다.재임시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보고있는 것다. “현정부가 끊임없이 나를 현실 정치로 소환하고 있다.”라며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여기는 듯하다. 지난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다음 정부는 우리 정부 성과와 비교받을 것”이라며 덕담 대신 적개심을 보였다. 증오의 정 프레임이다. 상대방을 악마화하면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방식이다.

지난 5년간 실패한 대통령이란 세간의 소리를 모르는 것같다.

낯 뜨거운 자화자찬도 이런 심리에서 나오는 것 같다. 지난해 5월 물러나면서 지지자들에게 “(제가) 성공한 대통령이었습니까”라고 물어 “네”라는 답변을 끌어냈다. 통상 그런 자리에선 ‘그동안 부족한 저를 응원해 줘서 감사하다’며 자신을 낮추는 게 품격 있는 태도다. 성과를 부풀리며 세력을 규합하는 협량을 드러낸 것이다. 나라를 쪼개는 비극은 집권 5년으로 충분하다. 퇴임 대통령의 정치 개입이라는 불행한 전례를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수염도 기른 모습이 가히 나는 자연인이다, 모습이다.

이왕 자연인 모습을 하고 있으니 그저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안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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