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수도권에 인구 절반 넘게 살고 있어서야

인구 과밀화로 주택·교통·교육·문화 등 악화

급격한 도시집중화에 따른 ‘지방 소멸’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전국자치단체의 소멸위험도에 따르면 주민등록 인구 기준 소멸위험 시·군·구는 2015년 33곳, 2018년 89곳, 2021년 106곳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226곳의 절반 수준이다.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조만간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는 셈이다.

4차 산업혁명과 인구감소, 제조업 쇠퇴에 따라 지역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청년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는 등 지방소멸 위험지수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소멸 위험지수란 한 지역의 20∼39세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눈 값이다. 이 수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1.0 미만일 경우에는 ‘소멸위기 지역’으로 나뉜다. 가임여성 인구가 고령인구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경우 인구감소로 지역 공동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견해다.

지방 소멸은 경기도의 인구 급증과 궤를 같이 한다. 경기도 인구가 1400만명을 넘어섰다. 1300만명을 넘긴 지 6년8개월, 1000만명을 돌파한지 20년4개월 만이다. 국내 총인구 5264만5711명의 26.6% 수준으로, 전국 인구 4분의 1 이상이 경기도에 몰려있는 셈이다. 이는 서울 인구(967만명)의 1.4배가 넘는 규모다.

문제는 인천광역시 인구 295만여명까지 합하면 수도권인구가 2662만여명으로 국내 총인구의 절반(50.6%)을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인구 과밀화로 주택·교통·교육·의료·복지·문화·환경 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현실성 있는 정부 정책이 요청된다. 정부는 지방분권 정책을 통해 사라져 가는 지방 살리기에 힘쓰곤 있다.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이다. 중앙정부가 맡고 있던 571개 사무를 일괄 지방으로 이양하는 지방이양일괄법을 통과시켰다. 또 재정분권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8대 2’인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작년에 ‘7대 3’으로 조정했고, 궁극적으로 ‘6대 4’ 구조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선진국 사례도 벤치마킹해야 한다. 우리보다 앞서 농촌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를 겪은 일본 등은 이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2014년 대도시와 지방도시·농촌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농촌문제를 풀어가는 ‘지방창생법’을 제정했다. 지방창생전략의 기본방향은 마을과 사람, 일자리 창출을 선순환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가 사람을 부르고, 사람이 다시 일자리를 부르는 구조를 만들어 지역 활력을 이끈다는 전략이다.

프랑스는 국토평등위원회(CGET) 산하에 농촌을 위한 부처공동위원회(CIR)를 두고 현실성 있는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농촌인구 감소지역을 농촌발전 취약지역으로 보고 ‘농촌재활성지구’로 선정해 다양한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농촌지역의 과소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일본과 프랑스의 농촌정책은 물론 스위스가 소득보전 중심의 농정에서 탈피해 그 대신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고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들 정책으로부터 시사점을 찾아 국내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하길 촉구한다.

무엇보다 외부로부터의 청년 유입을 위해 일자리와 주거를 함께 제공하면서 의료·교육·복지·문화를 함께 개선하는 데 정책 주안점을 둬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일자리 창출, 주거단지 조성, 의료·교육 같은 생활여건 개선, 청년 유입 등을 지원해야 한다. 지역의 산업과 노동시장 환경에 맞는 일자리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지역의 주도성을 강화하고, 산업과 복지, 교육이 서로 연계된 일자리 전략이 요청된다. ‘수도권 블랙홀’을 막는 차선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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