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TSMC위해 도로·용수 공급에 2천억 지원

한국 수출에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올 5월 수출액은 522억41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3억5000만 달러(-15.2%)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 수출액은 지난해 10월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수출액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은 단일 품목들 중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의 급감이다. 올 5월 반도체 수출액은 73억67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1억7800만 달러(-36.2%) 감소했다.

희망 섞인 기대감도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긴 불황의 터널 끝자락에 닿고 있다는 신호가 강하게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는가 하면, 메모리 반도체의 ‘감산 효과’가 본격화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진에 빠졌던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올해 3분기부터 나타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는 지난달에 1765억3700만 대만달러(약 7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장기 침체에 빠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회복 신호’는 포착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감산에 들어간 이후에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 판매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적자 폭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실에서 행정의 인프라 지원 미비로 반도체 클러스터 증설이 난관에 부딪치고 있어 비판 여론이 거세다. 삼성전자가 300조 원을 투자하는 경기도 용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공업용수가 하루 65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팔당댐 취수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초대형 국책 사업이 또다시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단 조성 이후 필요한 전력량도 하루 최대 7GW(기가와트)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돼 안정적 용수와 전력 공급망 문제를 정부가 선도적으로 해결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의 하루 필요 공업용수량은 120조 원이 투입돼 SK하이닉스 등이 입주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하루 소요량 26만 5000톤보다 2.5배가량 더 많은 수준이다. 현실적으로 팔당댐 취수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수도권 식수 공급’ 등 이유로 팔당댐 취수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앞서 SK하이닉스가 입주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팔당댐을 통한 용수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여주보 취수로 계획을 변경했다가 지자체와의 갈등이 빚어져 여주시와 타결 시까지 1년 6개월간 사업이 지연된 바 있다.

문제는 핵심 기반시설의 미비로 자칫 국가 핵심 사업이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 파운드리가 대만 TSMC와의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산단의 적기 조성을 통한 생산량 확대가 시급하다. 반도체는 기술이 앞서고, 점유율이 높은 1등 업체가 절반 이상의 이익을 독식한다. 반도체는 특정 산업을 키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 이슈다. 상대가 미국·중국·대만이면 정부 지원도 그 국가들만큼 돼야 한다. 대만 TSMC가 애리조나에 반도체 라인을 짓는데, 미국은 피닉스시가 도로·용수 공급에 2230억원을 지원해준 게 잘 보여주고 있다.

중앙정부는 지자체 간 갈등으로 국가 차원의 핵심 사업이 지연될 수 있음을 직시해 문제가 발생할 때 주도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권한을 주무 부처 장관에게 맡겨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 또한 이를 제도화해 근본적인 해결의 틀을 마련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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