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성과 배점 높아져 실적 나쁜 기관 낙제점

공공기관장들 앞장서 군살빼고 경영성과 내야

공공기관(공기업)에 대한 군살 빼기가 시급하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위상은 막강하다. 경쟁제한과 진입규제로 독점적 이윤과 안정적 시장지배가 보장된다. 하지만 낮은 서비스 품질로 소비자 불만이 크다. 높은 임금 수준, 과도한 복지 혜택으로 국민의 눈총을 받고 있다. 신분 보장으로 ‘철밥통’ 정서가 만연해 있다.

특히 일부 공공기관장들의 무능으로 부채가 급증했음에도 조직과 인력은 크게 늘려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지 오래다. 윤석열정부의 사실상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인 게 잘 보여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제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및 후속조치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평가부터는 문재인정부가 중시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사회적 가치 구현 지표의 배점을 25점에서 15점으로 낮추고, 실질적인 경영 성적인 재무성과를 10점에서 20점으로 상향 조정했다.

재무성과 배점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은 공공기관들이 대거 낙제점을 받았다. 평가 등급은 ‘탁월(S)’부터 ‘우수(A)’ ‘양호(B)’ ‘보통(C)’에 이어 낙제점인 미흡(D)·아주 미흡(E) 등으로 나뉜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당기순손실이 2021년 110억원에서 지난해 42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불으면서 C에서 E등급으로 떨어졌고,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적 측량 수익이 크게 줄어 당기순이익이 2021년 295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112억원 적자로 전환되며 B에서 D로 하락했다.

주목되는 바는 이번에 기관장 해임·경고 대상 중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제외한 16곳의 기관장은 전임 정부 시절에 임명됐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21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원경환 석탄공사 사장 등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가 많다.

예견된 일이지만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전기료 인상 지연으로 막대한 적자를 본 에너지 공기업은 줄줄이 등급이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33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한전은 낙제점인 D등급을 받았다. 초우량 공기업이던 한전이 D등급을 받은 것은 2007년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D·E등급을 받으면 성과급을 받을 수 없고, 경영개선계획도 제출해야 한다

기재부는 E등급을 받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총 5개 기관장에 대해 소관 부처 장관에 해임 건의를 했다.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낙하산 인사’ 등 전임 정부의 알박기 인사로 아직 재임하고 있는 공공기관장들은 새 정부 국정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새 정부가 일하도록 기회를 주는 게 상도의임을 인식하길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부 공공기관의 건물과 사무실의 호화로움을 지적하고 건물 매각 및 임원진 연봉 삭감을 지시해 역대 어느 정부보다 공공기관 구조 개혁이 기대되고 있다. 사실 공공기관의 군살을 확 빼지 않으면 나라 살림은 결딴날 수밖에 없다. 자구노력이 긴요하다. 기재부에 따르면 현재 350개 공공기관에 44만여 명의 인력과 761조 원가량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문제는 방만한 경영이다. 문재인정부 5년간 공공기관이 29개, 인력 11만6000여 명이 늘어났지만, 공공기관 부채는 84조 원 증가했다.

고연봉 임원진의 경우 연봉을 줄이고 과도한 복지제도를 축소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공공기관 개혁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공기관 수가 가장 많다. 미래지향적인 공공기관 개혁이 요청된다. 공공기관 구성원 스스로 이제 파티는 끝났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혁명적 개혁에 앞장서길 바란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