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기 논란’ 등 잇따른 악재로 더민주당이 치명적인 신뢰의 위기에 놓였다.

이재명 대표가 전면 쇄신을 약속하며 임명한 혁신기구의 수장마저 과거에 쓴 글로 논란을 빚은 뒤 초고속 낙마하면서, 그 위기는 더욱 커진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7일 “결과에 언제나 무한책임을 지는 게 당대표”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민주당 안팎에선 제1 야당의 책임정치에 대한 신뢰에 회의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부터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코인) 투기 의혹’이 잇따라 터지고 당이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지 못한 데 이어, 전면 쇄신을 내건 혁신기구 수장까지 임명된 지 9시간 만에 물러나면서 민주당 안팎에서 ‘전례 없는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 안팎에선 최근 “민주당 정치가 무너졌다”, “당 면역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도덕성이 바닥을 찍는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자조가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이 전례 없는 도덕적 위기를 맞았다는 데엔 이견이 없었보인다.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 등 이 대표 수사로 시작된 ‘이재명 신뢰의 위기’는 돈봉투 의혹과 코인 투기 논란을 거치며 ‘민주당 전체의 도덕성 위기’로 번졌다. 이런 가운데 당에서는 “검찰의 기획수사”라거나 “진보는 돈 벌면 안 되냐”는 식의 반응들이 나왔다. “중병을 앓고 있는데 누구 하나 그 중병을 앓고 있다는 것조차 얘기하지 않으면서 죽어가고 있다.

이런가운데 12일 국회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두의원에대한 체포 동의안 마져 부결되면서 이재명 당대표,노웅래의원에 이어 제 식구 감싸기, 결국 방탄 민주당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위기의 근원은 어디일까.

19대 대선(2017년)과 이어진 총선,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서 국민들이 우리를 다 옳게 생각한다는 착각에 빠졌다. 어느 순간부턴 잘잘못을 가리고 도덕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예 사라졌다”고 돌이켰다. 이후 20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지면서도 패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니 통렬한 반성 대신 ‘졌지만 잘 싸웠다’를 외친 것”은 아닌지. 지난해 대선 직후 민주당 안에서 나온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란 자위적 구호가 위기의 경고음이자 징후였다는 평가다.

누적된 착각과 오만은 대선 직후 추진한 ‘검찰 수사권 축소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그대로 노출됐다. 몇몇 당 관계자들은 민형배 의원의 ‘꼼수 탈당’을 최악의 사례로 꼽았다. 국회 상임위원회에 설치된 안건조정위원회는 여야가 타협을 하자고 만든 장치인데, 여기서 논의가 민주당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민 의원을 ‘무소속’ 몫으로 법제사법위 안건조정위에 넣은 뒤 법안을 힘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명분이 있으면 나머지는 어떻든 상관없다는, 기득권적 태도”라고 꼬집지 않을 수없다. 진보·개혁 진영은 전통적으로 절차와 과정을 중시해왔는데, 결과를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며 패권주의적 태도를 보여줬다는 얘기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6·1 보궐선거 때 인천 계양을에 출마함으로써, 지도자의 ‘희생’과 ‘헌신’으로 위기를 돌파해온 민주당의 리더십이 퇴색됐다는 평가도 있다. ‘패장’이 선거 직후 다른 선거에 나서는 것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거니와, 신승이 예상되는 경기 성남 분당갑을 피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인천 계양을을 택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1999년 지역구인 종로를 뒤로하고 부산에 가서 민주당의 정치를 완성했지만, 이재명은 대선에 지고 계양을에 출마해 자기 정치를 완성했다.” 한 다선 의원의 냉소다. 노 전 대통령만이 아니다. 대선에 패배한 정동영 전 의장이 2009년 전북 전주 덕진 재선거에 출마하려 할 때 민주당은 공천을 주지 않았고, 손학규 전 대표는 2011년 보궐선거 때 사지인 경기 분당을에 걸어 들어가 승리하면서 야권 대선주자로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 대표는 대선 패배에 이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지방선거까지 참패하고도 다시금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쥐었다. “패배에 책임지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자리에 가는 모습을 보며, 공동체를 자신의 욕망 실현을 위한 장으로 바라본단 생각이 들지 않을 수 가 없는 대목이다.

이 대표가 ‘기소 시 당직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를 개정해 ‘예외’를 둘 수 있게 하고 적용받는 과정,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하고도 민주당을 ‘방탄정당화’한 모습 역시 실망감이다. ‘조국 사태’가 민주당 지지층의 분열을 초래하면서 도덕성 위기의 서막을 올렸다면, 대선 이후 당의 정치 지도자로서 이 대표와 친이세력들이 보여준 행보는 이런 위기를 가중시켰다고 볼수 있겠다.

“돈봉투나 코인 의혹은 이번 민주당 위기의 ‘촉발요인’일 뿐이다. ‘기저요인’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민주당 스스로 도덕적 권위를 훼손한 데 있다. ‘조국 사태’에서 민주당은 도덕성이 붕괴됐다. 그 도덕성은 5년전보다 지금 더 크게 훼손되어가고 있음이다.그런데도 민주당은 왜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는지 모르고 있다. 왜 정권이 교체됐는지 참회록을 쓰고,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의 혁신위가 진통 끝에 이루어졌지만 친이 세력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역시 이재명 대표를 위한 혁신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깊은게 사실이다.이런 과정에 정치권에서는무당층과 중도층을 대상으로 제3당 추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낙연 전대표의 정치 재개와 함께 더불어 민주당의 앞날이 궁금할 뿐이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