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평균은 27%…한국은 60%로 초고율

어느 나라든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크게 재정과 통화정책이다. 재정 가운데 세금은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확산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각국의 세금 인하가 줄을 잇는다.

경기 진작을 위한 세제 개편 대상 중 상속세율 인하를 빼놓을 수 없다. 국제 표준에 맞지 않는 높은 상속세율과 유산세 방식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가업 승계 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게다가 대기업은 최대주주 보유주식 상속 시 평가액의 20%를 할증 과세해 60%를 적용함에 따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상속세 부담이 가장 크다.

대부분 국가들은 상속세를 부과하더라도 세율을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주요국의 상속세율은 일본(55%), 미국(40%), 독일(30%), 네덜란드(20%), 덴마크(15%), 이탈리아(4%)이며 OECD 평균은 27.1%이다.

지금처럼 60%에 달하는 상속세율이 적용되는 기업의 경우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예컨대 기업 지분을 100% 보유한 창업 1세가 2세에게 기업을 승계하면 2세의 지분은 40%만 남게 되고 3세까지 승계하면 지분율이 16%로 줄어든다. "모든 세원이 투명한 지금 시대에 높은 상속세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기업 경영권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기업 경영진들의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현실에서 경제계가 기업승계 부담 완화 등을 포함한 조세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벗어난 높은 상속세율과 유산세 방식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세대교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조세제도 개선과제 137건을 정부 및 국회에 제출했다.

경제계는 그간 우리나라 상속세가 해외 주요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삼성의 경우 고(故) 이건희 회장 타계 이후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상속세는 12조원 대다.

주목되는 바는 상의가 건의문에 상속세율 인하 및 과세체계 개편, 글로벌 최저한세 관련 기업 우려사항 해소, 지역균형발전 위한 조세정책 마련 등을 담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OECD 주요국 사례에 비춰 상속세율을 낮추고 과세체계를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선해 줄 것을 건의했다. 중소기업 대상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운영 중이고 지난해 일부 개선됐으나 적용대상이 중소기업과 매출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에 한정돼 활용도는 낮다는 지적을 받은 지 오래다.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상속세 부담을 낮추거나 폐지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13개국’은 상속세가 없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상속과세를 폐지하고 ‘상속된 재산의 가치증식분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자본이득과세’로 상속세를 대체 과세하고 있다.

한국은 특히 기업 상속에 가장 가혹하다. 사실 경영권 승계는 ‘사적자치’(私的自治) 영역으로 제 3자가 관여할 이유는 없다. 상속세율 인하를 재벌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음모로 여기면 선택지를 스스로 좁히는 것이다. 따라서 상속세를 폐지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유연하게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부동산과 주식 등을 상속받더라도 이를 현금화하지 않고 생산과정에 다시 투입하는 경우, 상속세 부과는 마땅히 이연돼야 한다. 상속과세의 자본이득과세로의 전환도 상속세 완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기회에 법인세 인하 등 세법 개정을 단행해 기업 경영의 숨통을 트이고, 고용 창출 등 경제 활성화의 계기로 삼길 당부한다.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활동을 돕는 길은 명확하다. 세금 부담을 덜어주고 규제를 풀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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