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일터 자체 폐업되는 사태 원치 않을 터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高) 복합위기로 자영업과 소 상공인들이 존폐 위기에 섰다. 전임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이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정책 등이 미친 영향도 적지 않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가 최근 3400여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7명이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어려움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2024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최임위)의 논의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저임금을 동결 내지 최소한 인상에 그쳐야 소상공인들이 그나마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데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근로자위원들이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명과 삶을 담보로 정부의 비상식적인 노동 탄압이 난무하는 상황"이라면서 심의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최저임금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올해 법정 시한은 6월 29일인데 이를 넘긴 것이다.

앞서 근로자위원들은 내수 소비 활성화, 임금 불평등 해소, 노동자 실질임금 감소 등을 이유로 올해보다 26.9% 인상된 시급 1만221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주장했다. 월급(월 209시간 노동 기준)으로 환산하면 255만1890원이다. 반면, 경영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9620원, 즉 '동결'을 제시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임금 지급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계위 주장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도 많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기업의 지불 능력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을 인상할 요인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27.8%)은 물가상승률(12.5%)의 2배가 넘는다.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으면 가업 존폐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며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 5일 하루 8시간 근로자에 대해 주중 하루는 8시간 근무한 것으로 보고 임금을 지급하도록 명기하고 있다. 최저시급을 받는 경우 일한 시간에 대한 임금 167만3880원에 주휴수당 33만6700원이 더해진 201만580원이 최종 지급된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들은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제 시급은 1만1544원”이라며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하고 있을 정도로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에도 힘겨워 하고 있다.

올해 인상률이 3.95% 이상으로 결정되면 1만원을 넘기게 된다. 최근 5년 간 최저임금과 전년 대비 인상률을 보면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2023년 9620원(5.0%)이다.

경영계는 아우성이다. 코너에 몰린 소상공인들은 인력 구조조정과 근로 시간 단축, 인력 대체 기술을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무력화’ 등 강경 대응에 나설 태세다. 실제로 소상공인의 경우 인건비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파가 크다. 소공연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경우 매출액의 30% 이상을 인건비로 지출하는 비중이 41.1%에 달한다. 중소기업은 17.79%, 대기업은 9.87%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될 경우 ‘쪼개기 알바’ 등 초단기 일자리가 범람하고 임금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발생은 불 보듯 훤하다. 노동계도 일터 자체가 폐업되는 사태를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계는 현실을 직시하고, 최저임금위에 복귀하고 노사 상생의 길을 찾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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