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중일 협력 국제포럼 참석한 왕이(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중국이 한중일 협력을 강조함으로써 최근 점점 견고해지는 한미일 3각 공조를 흔들려고 모색하는 양상이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은 지난 3일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일 3국 협력 국제포럼에 직접 참석해 "늘 비바람이 지나간 뒤 햇빛이 찾아오듯 중·일·한은 반드시 기회를 움켜쥐고 손잡고 나아가 세 나라와 지역에 더 많은 공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산당 중앙 정치국 위원으로서 중국의 권력서열 24위 안에 들어가는 왕 위원은 친강 외교부장보다 상급자로, 중국 외교라인의 1인자다. 그런 그가 지방에서 열린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 행사에 직접 참석한 것 자체가 중국이 한중일 협력을 중시한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메시지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눙룽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중국을 방문한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와 지난 4일 만난 자리에서 "중일한 3국 협력이 '올바른 도의'를 우선으로 하고 상호 존중과 호혜를 실천하며, 협력과 윈윈, 개방·포용과 지역경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외교부는 "양측이 3국 협력의 발전을 추동하기 위해 소통과 조율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중국 고위급 인사들이 한일 정부·민간 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만나는 흐름도 감지된다.

 

중국의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는 5일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과 대기업 임원 등 약 80명 규모의 일본 민간 방중단과 만났고,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중국을 찾은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와 4일 회동했다.

올해 들어 한미,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며 세 나라가 긴밀한 외교·안보 공조를 이어가는 동안 중국은 대체로 한미일 모두와 각을 세웠고, 상대적으로 유럽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한국·일본과의 관계가 삐걱대는 동안 중국은 한중일 3국 협력에도 그다지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랬던 중국이 최근 한국, 일본과의 소통을 늘리고, 한중일 3국 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중 등을 계기로 한 미국과의 중대 담판에 앞서 상대 진영을 구성하는 한미일의 결속 강도를 낮추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미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 대중국 수출 통제의 그물을 점점 넓혀 나가자 중국은 갈륨·게르마늄의 수출 통제라는 '맞불 카드'를 꺼내 든 상태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나라는 중국의 대미 견제 조치에 발목을 잡히게 될 것이라는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중국은 희귀 금속 등 전략 광물을 '카드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중일 협력을 강조하는 '강온 양면'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일이 대미 편중 외교를 택하기 어렵게 만들고, 더 나아가 사실상의 한미일 3각 동맹 체제가 형성되는 것을 저지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외교가는 한국이 올해 의장국으로서 연내 개최를 목표로 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중국도 점점 더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 채널을 활용해 한국, 일본에 대미 '전략적 자주성'을 강하게 촉구할 것으로 관측통들은 예상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한일에 일부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지만, 그것이 조건 없이 한·일과의 관계를 풀겠다는 의중은 아닌 것이라는 얘기다.

뤼차오 랴오닝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중국과의 교류를 재개하고 긴장을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있다"며 "하지만 양국이 반도체 수출 규제,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의 이익을 건드리는 상황이 점점 심해지는 터에 중국 측은 양국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길 더욱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리난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 매체 즈신원(直新聞)과의 인터뷰에서 "중·한 관계 악화는 한국이 한미동맹을 계속 강화해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린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한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해 문제 삼지 않고 미국을 지지하지 않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면 중·한 간 공감대가 형성돼 관계가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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