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벽 바깥의 K사장 등 우간다에 남아 있을 일행이 우리가 탑승구로 들어가는 것을 본 후 캄팔라의 숙소로 돌아가겠다며 아직 떠나지 않고 있어서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K사장도 영문을 모르겠다며 다시 가서 확인해보라고만 했다.

유창하지 못한 영어 실력에 잘 이해하지 못한 점도 있었겠지만 나는 엔테베공항 여직원의 태도에 다소 불만스럽기까지 했다.

공항 내의 기온이 높은데다 워낙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인 나는 허겁지겁 다시 찾아가 겸손하게 물었다.

여직원이 어디를 가느냐고 물어서 한국의 인천공항이라고 하고, 여기에서 3시에 떠나는 에미레이트 항공편으로 두바이를 경유하여 다시 에미레이트 항공편으로 일본 간사이공항으로 간 다음 환승해서 한국으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적나라하게 말해주었다.

그랬더니만 그럼 그렇게 갈아타는 항공편을 모두 부킹했느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그거야 캄팔라 시내의 여행사를 통해서 구입한 비행티켓을 보여주었으므로 당연히 자기네들이 확인해 주어야 옳은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상황 설명도 제대로 해주지도 않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3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 수속을 밟으려 하는 것인데, 공항 여직원은 다시 3시에 오라고 하고 자리를 떠나버렸다.

K사장 등은 아직도 밖에서 우리가 떠나는 것을 보기 위해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어떻든 기다려 보기로 하고 뒤돌아서는 순간 뉴수단으로 처음 들어갈 당시 우리를 안내했던 Eagle air 항공사 여직원인 소피가 다가와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녀는 날더러 지금 어디에 또 가느냐고 물어서 비지니스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수속중이라고 했다.

나는 답답하고 바빠 죽겠는데, 그녀는 지난번에 찍은 사진을 꼭 보내달라고 하면서 펜을 꺼내 내 수첩에다 주소와 이름을 적어주었다.

나는 알았다고 대답하고 이곳 공항 여직원이 티켓 부킹을 확인해주지 않고, 3시에 다시 오라고해서 이렇게 서성이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아마 비행기가 늦어지는 것 같은데, 3시에 다시 찾아와서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그녀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3시가 가까워지자 다시 데스크를 찾아가 어떻게 된 영문이냐고 물었다.

이번엔 에미레이트항공사 직원이 나와 봐야 알 수 있다고 다른 여직원이 말해주었다.

정확히 3시가 되자 에미레이트항공사 직원이 나와 어느 곳인지 전화를 걸어보더니 그때서야 여행가방을 부쳐주고 티켓부킹을 확인해주었다.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시간들이었으나 속사정은 이랬다.

이곳 엔테베공항은 아직까지도 전산처리가 되지 않았고, 수작업에 의하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나보다 더 외국을 많이 다녀 본 지인의 말에 의하면 후진국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는 그들에게 약간의 팁을 주면 빨리 그리고 친절하게 처리해준다고 했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이것도 어쩌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든 우여곡절 속에 탑승을 하게 되었고, 밖에서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던 K사장 일행은 우리가 출국 Gate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후에야 자리를 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후진국의 비행기 출발시간은 제멋대로여서 안내도 없이 예정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경우도 있고, 안내방송도 없이 항공편이 결항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비행기는 당초 예정시간보다 55분이나 늦은 오후 3시 55분에 이륙을 위해 발진하기 시작했다.

우간다 엔테베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1시간 후(이곳 시간 오후 5시) 케냐의 나이로비공항에 중간 기착했다.

나이로비공항에는 보슬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있었다.

이곳에 올 때는 없었던 한국인 여승무원이 갈 때는 에미레이트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비행기는 나이로비공항에 1시간 20분 정도 머물다가 이륙하여 10일 0시 25분에 두바이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는 여기에서 다시 일본 간사이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으로 환승해야 했는데, 약 2시간 정도를 공항 내에서 기다려야 했다.

두바이공항에서는 한국에서 올 때도 그랬듯이 귀국 길에도 마찬가지여서 검색대를 통과할 때 ‘삐이~’하고 소리가 나서 또 신발을 벗어야만 했다.

아마도 구두 밑창에 덧댄 쇠붙이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티켓부킹을 다시 확인하면서 화물로 부친 여행가방을 꼭 체크하라는 K사장의 말대로 확인하고, 시간이 남아 직원들에게 간단한 선물을 사다주려고 면세점에 들러 기웃거렸다.

- 55회에 계속 -

박정봉 칼럼니스트(전)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박정봉 칼럼니스트(전)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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