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8명이다. 두 사람이 만나 1명도 낳지 않다 보니 학교는 통폐합되고, 유소년 야구부도 사라지고 있다. 어린이집이 요양원으로 업종변경을 하는 일을 흔하게 보는 인구쇼크 시대다. 역대 정부는 인구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온갖 저출산대책을 내놨지만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비교대상이 없는 꼴찌다.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되짚어보는 저출산 대응정책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가 "저출산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는 한국일 것"이라고 주장한 게 2006년이다. 콜먼 교수는 당시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을 '1호 인구소멸국가'로 전망하면서 '코리아 신드롬'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한국이 저출산 대응예산을 본격적으로 투입한 것도 바로 2006년부터다. 정부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280조원가량이 투입됐지만 상황은 더 악화됐다. 당시 1.13명이던 합계출산율은 0.8명대가 깨졌다.

사라지는 어린이집은 17년 전엔 지방만의 현상이었다. 이젠 서울에서도 흔하다. 서울시 보육통계에 따르면 서울 내 어린이집 수는 2014년 6787개에서 지난해 4712개로 줄었다. 태어나자마자 대기를 걸어야 한다는 말은 옛말이다. 출생아 수 감소 때문이다. 수요가 줄어들자 요양원으로 업종변경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실제 만 0~3세 영유아 인구는 같은 기간 32만3855명에서 17만6989명으로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투입된 재정은 있는데 성과는 왜 미미한가. 젊은 부부들 사이에선 '그 돈 다 어디에다 쓴 것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책 체감도가 낮았다는 의미다. 정책을 되짚어보면 실패 원인은 나온다. 정부가 저출산 종합대책을 처음 마련한 2006년엔 영유아와 자녀 양육 분야가 지원대상이었다. 하지만 2016년 청년 일자리와 주거 예산이 저출산대책에 포함되더니 2018년부터 모든 세대의 삶의 질 보장이 저출산대책이 돼버렸다. 예산은 2006년 2조1000억원대였지만 2021년 46조6000억원대로 21배 늘었다

저출산대책 예산은 2022년 50조원을 넘겨 51조216억원에 달했지만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업예산을 제외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적다. 육아휴직, 보육지원, 아동수당 등 출산율과 직접 관련이 있는 가족지원 예산은 201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1.56%(약 30조원)로 OECD 회원국 평균(2.29%)의 70%에도 못 미친다. 돈을 쓰고도 실패한 게 아니라 써야 할 데 제대로 안 쓰는 바람에 실패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은 타당하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4차까지 이어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중 필요성과 관련성이 낮은 정책들은 들어내고, 주요 정책들엔 힘을 싣는 '개편'을 단행해야한다.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도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환경 조성'으로 더 구체화하 하여야 할 것이이다

낳기만 하면 국가가 키워주는 나라, 프랑스

프랑스처럼2022년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1.8명으로,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에서 키워줄 것이라는, 사회에 대한 신뢰(confiance)가 있는 프랑스 국민. 이런 두터운 신뢰의 바탕에는 촘촘한 돌봄 제도뿐만 아니라, 어떤 가정도 소외되지 않도록 잘 정립된 가족수당 제도도 있다. 사회보장제도 중 가족 부문만을 전담하는 국립가족수당금고(CNAF)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생애주기별로 맞춤 지원하는 것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구감소 시대에 접어든 한국 역시 성장과 혁신을 위해서는 외국 인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국내 중소기업 187개사 중 절반이 넘는 54.5%가 외국인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베트남을 방문해 현지 베트남 청년들을 만나 양국 간 디지털 교류를 강조하기도 했다. 베트남의 우수 인재가 한국으로 와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행히 많은 외국인 청년이 임금이나 근무환경 때문에, 혹은 K컬처 때문에 한국에서 일하는 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수요와 공급이 맞는 셈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국내로 온 뒤다. 인력난을 반짝 해소할 수단으로만 그들을 취급한다면 우수 숙련 인력을 놓치게 될 뿐이다. 한국에 정착해 가족을 이루고 진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할 정책, 그래서 더 많은 인재가 한국으로 향하도록 할 정책이 필요하다.

                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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