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국회의장 8명·헌정회장 등 ‘11인 원로회’

여야, 전쟁 같은 정쟁 멈추고 협치 나서야

작금 대한민국은 국내외에서 경제위기 경고음이 울리고 국민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신음하는 국난적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미국과 중국은 기술·경제·안보가 융합된 패권투쟁을 벌이고,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연일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절체절명의 시기에 대한민국 지도자들이 통합 리더십을 발휘해야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미래 비전을 위한 고통 분담을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다. 어느 누구보다 정치권이 앞장서 민생을 살피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주어진 책무가 크고 무겁다.

하지만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비전과 해결책을 제시하기는커녕 국민의 시름만 더하는 무기력함을 노정하고 있다. 국정을 앞장서 이끌고 가야 할 집권당이 본분을 망각한 행태에 국민은 깊은 회의감을 갖게 됐다. 원내 다수당으로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회정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을 방기한 채 ‘입법 독주’를 일삼고 있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를 대하는 여야 모습을 국가 내전 상태에 비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치적 생각이 다르면 밥도 같이 안 먹겠다’는 분위기 속에서 여야의 극한 대립이 사회적 분열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국가 원로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극단적 정쟁 중지와 국민 화합을 강조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의 개인 사무실에 최근 원로들이 자리를 함께 한 것이다. 여야의 최고령 상임고문인 신영균(95) 국민의힘 상임고문과 권노갑(93)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전직 국회의장 5명(김원기·김형오·문희상·정세균·정의화) 등 8명이 모였다. 이밖에 참석 의사를 밝힌 전직 국회의장 3명(강창희·박희태·임채정)을 더해 내친김에 ‘11인 원로회’(가칭)로 이름도 정했다. 정치 선배로서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후배 국회의원들에게 본을 보이자는 취지다. 전직 국회의장은 골고루 여야 4명씩 포진했다. ‘11인 원로회’는 제75회 제헌절인 7월 17일 첫 공식 모임을 갖고 정식 출범한다.

여야를 막론한 전직 국회의장들이 같은 뜻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이기에 의미가 크다. 깊은 경륜으로 한국 사회가 나아갈 지향점을 제시하리라는 기대를 모으게 하고 있다. 이들은 “나라가 걱정된다. 우리라도 뭉쳐야 한다”고 절실함을 토로했다. 지금처럼 여야가 서로 반목만 하게 그대로 둬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정치가 국민 혐오 대상으로 전락하는 모습에 대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책임감을 느꼈다고 입을 모은 것이다.

정치 원로들의 ‘충심(衷心)’을 후배 정치인들은 여야를 떠나 존중하길 바란다. 국회에서 정치적 협상이 살아나지 못하는 근원은 여야 수뇌가 만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 책임자로서 대통령은 야당 인사들과 수시로 만나 대화하는 협치에 능해야만 국태민안의 지도자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또한 제1야당으로서 정부 여당에 대해 단순한 비판 이상의 정책대안 제시를 제대로 했는지 성찰해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외교 안보의 전통적 기축에 지각변동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이 과연 제 역할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처리 문제에 집중할 뿐 엄중한 국가 외교 전략과 민생문제에 천착하지 않는다는 국민 여론을 직시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와 타협이 없는 정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며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여야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전쟁 같은 극한 대립을 하루빨리 해소해 상생의 정치로써 국리민복에 힘쓰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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