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목원에 언젠가부터

꽃사슴 두 마리가 놀러 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첫눈이 소복이 쌓인 벚나무길에

뚜렷이 찍힌 발자국이 그 증거라고 한다

호수의 비단잉어와 참붕어와 개구리가

갈잎 사이를 헤엄치다 몸을 숨긴 날

두 마리의 꽃사슴은 장미 동산에서

젊은 날 골짜기를 걸었던 날들을 회상한다

하얀 반점은 좁은 골짜기의 어둠 속에서도

밝은 구름만을 바라보며 걸을 때

하나씩 생겨난 하얀 구름무늬다

보라 붓꽃잎이 노을빛에 물들 때

그들이 지나간 흙길에는 단아하면서도

명랑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들이 호숫가에서 노니다 간 날은

물결 사이에서 감미로운 세레나데가 들려왔다.

<남궁영희 시인 약력>

상명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졸업

기독교 문예 시 신인상 수상 (2015)

선진문학작가협회 회원

한국기독교작가 협회 정회원

손곡 이달 문학상 시 부문 대상당선

충청신문 작품연재

선진문학뉴스 작품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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