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와 북이 서로를 향해 내뱉는 ‘핵 위협’의 수준이 한반도가 전쟁의 ‘벼랑 끝’까지 갔던 1994년과 2017년의 수준을 넘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쪽에서 상대의 핵을 견제하려 ‘핵근육’을 자랑하자, 저쪽에서도 핵 위협 수준을 끌어올리며 맞서는 ‘핵 위협의 딜레마’에 한반도 전체가 포위된 모습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지난 17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앞의 현실은 (…) 때없이 날아드는 핵전략폭격기와 우리의 주권영역을 침범하는 미국의 공중정탐행위이며 우리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공공연히 모의하는 ‘핵협의그루빠’(핵협의그룹) 회의 소집과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조선반도 수역에 진입하는 미 전략핵잠수함의 출현”이라고 미리 ‘경고장’을 날렸다.

현재 한반도는 1993년 북핵 위기가 시작된 뒤 ‘핵 위협’에 가장 취약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전 이후 한반도가 전쟁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던 1994년 여름은 북한이 핵무기를 본격 보유하기 전이었고, 무모한 충돌을 막으려는 이성이 살아 있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그해 6월16일 북을 방문해 김일성(1912~1994) 주석과 만나며 한반도는 전쟁의 위기에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왔다.

북핵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30년을 매달렸지만 결국 실패했던 우리다. 한국은 북의 핵 포기와 협력을 원했지만 북이 원한 것은 돈과 식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씨 왕조의 권력 유지와 평화 협정도 아닌 적화통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 시절 북한 김정은 멋대로 위기를 조성하고, 그 위기를 이용해 선심 쓰듯 대화 국면을 마련하고는 요란하게 합의 팡파레를 울렸다 결국 깨버렸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줄기차게 종전선언을 주장했고, 북한 김여정 역시 2021년 “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 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고 주한미군철수를 요구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의 이성준 공보실장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미 동맹의 압도적인 전력에 기반한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해나갈 것”이라고 대북 맞대응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합참은 이어 “미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한 가운데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훈련에는 한국 공군의 F-15K와 미 공군의 F-16 전투기가 참가해 B-52H와 함께 한반도 상공에서 함께 편대비행을 벌였다. B-52H의 한반도 상공 전개는 지난달 30일 이후 13일 만이다.

이런한 상황에서 751개 국내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이 정전협정 체결 70돌을 맞아 27일 “한국전쟁 당사국과 관련국들은 오직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에서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한반도 평화선언을 발표했다.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은 이날 오전 10시 70년 전 정전협정 체결 시간에 맞춰 경기 파주 임진각 통일대교 바리케이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전쟁 관련국 간 대화의 단절과 군사적 대치 속에 한반도와 그 주변의 핵전쟁 위기가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들은 “70년이면 충분하다. 불안정한 휴전 상태로 지속되어온 전쟁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국전쟁의 종식을 통해서만 온전히 실현될 수 있다”며 “한국전쟁 당사국들은 하루속히 전쟁의 종식을 선포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은 27일,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은 휴전이 아니라 종전을 원한다”며 6·15공동선언과 4·27 판문점선언 이행을 촉구했다. 북쪽은 멋대로 합의를 (하는 척)하고는 깨버리는데 이 땅의 좌파세력만 애간장이 타는 모양이다.

한반도 정세는 최근 북한의 화성-18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중국·러시아의 동해상 연합훈련, 미국 전략핵잠수함 부산 입항, 연이은 공격적인 남북 담화·입장 등이 맞물리면서 군사 대결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 악화와 함께 높아지는 ‘우발적 군사 충돌’ 위험을 회피할 안전지대와 중재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미-중 및 미-러 갈등과 남북관계 악화가 중첩되고 있는 탓이다.

북한의 핵무기위협에 의해 한번도 안보환경이 위협당하고 있는 불안정한 현 정세에 핵전쟁억제력 강화를위한 다자간의 대화와 억지력 확산등 대응태세를 공고히 해 나가야할 것이다.

                 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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