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2023 보건통계, 한국 의사수 최하위

의사 임금은 최상위권 ‘사다리 치우기’ 효과

보건복지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올해 보건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병원 외래진료 횟수는 연간 15.7회로 회원국 중 가장 많았다.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는 2.6명으로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다. 치료할 의사와 병상이 없어 응급실을 돌다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다.

이와 대비되는 통계도 있다. 한국의 의사 1인당 구매력 기준 임금수준이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OECD의 ‘2023년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3)’를 보면, 한국 전문의 가운데 병·의원에 소속돼 월급을 받는 봉직의의 연간 임금소득은 19만2749달러(2020년 기준)로, 관련 통계를 제출한 OECD 회원국 28개국 중 가장 많다. 한국 다음으로 네덜란드(19만1482달러), 독일(18만7715달러), 영국(15만5419달러) 순으로 봉직의 소득이 높았다.

직접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개원의의 경우 한국 개원의의 소득이 29만8800달러(2020년)로, 벨기에(30만1814달러) 다음으로 많았다. 이는 통계청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와도 비슷하다. 2020년 기준 국내 전체 의사의 연평균 임금은 2억3070만원으로 조사됐다.

의사의 높은 소득 수준은 현재 의료 이용(수요)은 많지만 의사 수(공급)는 부족한 실태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OECD 수준의 의사수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공공의료 인력을 확보해 지방 의료공백과 지역 소멸을 막아야 할 시급한 사안이다. 지역 의료격차와 필수‧공공의료 공백을 오랫동안 방치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지금,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이제는 국가가 필수 의료인력을 직접 양성하고 배치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민간 중심의 의료체계로 인해 수익이 나지 않는 지역에는 병원도 들어서지 않고, 필수 진료과에는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아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 거듭되고 있다. 18년째 동결된 의대정원으로 만성적 의사 부족이 야기됐고 지역의 필수‧공공의료 인력 및 인프라 부족이 켜켜이 쌓여왔다.

감염병 유행 초기 공공병원‧병상이 없어 길거리에서 사망한 코로나19 환자들, 국내 최고 병원에서 근무 중 쓰러졌지만 수술 받지 못해 사망한 간호사, 최근 반복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의 환자들 모두 그 바탕에서 희생된 피해자들이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필수 의료인력을 필요한 지역에 배치해야 한다. 10%도 되지 않는 공공의료 환경에서 지금까지 수십 년간 지역 불균형과 진료과 쏠림현상을 지켜봤다. 누구든 차별 없이 필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이에 대한 안정적 제공은 명백히 국가 책임이다.

누구보다 의사협회가 전향적 자세로 협력하길 당부한다. ‘사다리 걷어차기’ 식으로 기존 의사협회 회원들만 기득권을 누리겠다는 소아병적 이기주의로는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숨져가는 안타까운 생명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 의료계의 자세 변화가 요청된다. 국회는 즉각 입법 추진에 나서야 한다. 법적 근거 마련은 더 늦추면 안 되는 최우선 과제이다. 시행 주체인 정부는 그동안 반복한 악습을 끊어내야 한다. 필수‧공공의료 제공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해 현재 이해당사자인 의료계와 밀실 합의만 반복하며, 지금까지 실패한 수가 인상 정책만 되풀이하고 있다.

누적된 의사 부족과 의료 불균형 현상 등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최소 1000명 증원이 필요하다. 실패한 땜질식 처방만 반복해서는 우리나라에 퍼져있는 근본적인 의료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음을 직시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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