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기존의 1.5%를 유지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을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4%에서 3.5%로 상향 조정했다. KDI는 10일 이같은 내용의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KDI는 올해 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수치와 동일하다.

주요 기관과 비교하면 정부(1.4%), 한국은행(1.4%), 국제통화기금(IMF·1.4%) 등보다는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5%) 등과는 같다.

KDI는 올해 상반기 경제가 기존 전망에 부합했다며, 하반기에도 기존 전망과 비슷한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작년 동기 대비 기준 KDI의 상반기 전망과 같은 0.9%였다. 하반기에는 2.0% 성장할 것으로 예측해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이 유효할 것으로 봤다.

부동산 시장 위축 등으로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최근 물가 상승세 둔화 등으로 미국 경제 하방 위험이 완화된 점을 반영했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 소비는 당초 예상보다 증가세가 둔화하지만, 상품 수출과 건설투자 부진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는 국외여행의 회복 속도가 완만한 수준에 그친 점을 반영해 2.5% 증가할 것으로 봤다. 기존 전망치보다 0.5%포인트(p) 낮다.

상품 수출 증가율은 상반기 자동차 실적의 호조 등을 반영해 기존 전망(0.7%)을 웃도는 1.4%로 예상했다.

다만 총수출의 연간 증가율은 1.4%로 기존과 동일했다.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지연된 데 따라 서비스 수출 증가세가 기존 전망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점을 반영했다.

건설투자 증가율(1.3%)은 부동산 파이낸싱프로젝트(PF) 시장 불안 등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점을 반영해 기존 전망치(0.4%)를 상회할 것으로 봤다.

KDI는 내년 경제 성장률(2.3%)도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이 0.6%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4%에서 3.5%로 올려잡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전기요금 인상 폭이 작아졌지만,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두바이유의 도입 단가도 배럴당 평균 76달러에서 81달러로 올렸다. 내년 도입 단가도 68달러에서 76달러로 상향 조정하면서 내년 물가상승률은 2.4%에서 2.5%로 0.1%포인트(p) 올렸다.

올해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치(3.5%)를 유지했다.

올해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의 상반기 실적치가 높게 나타난 점을 반영해 164억달러 흑자에서 313억달러 흑자로 w 전망치를 크게 늘려잡았다.

자동차 산업 호조세 등을 반영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7만명에서 30만명으로 올렸다. 실업률은 2.9%에서 2.8%로 내렸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20(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3% 올랐다.

KDI는 향후 위험 요인으로 중국의 경기 부진 심화, 전 세계 물가 상승세 확대에 따른 금리 인상 지속 등을 꼽았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거나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제한돼 경기 침체가 발생한 점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 오름세가 지속돼 전 세계적으로 통화 긴축이 강화되는 점도 악재다. 대내적으로는 세입 여건 악화가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세수 펑크'로 재정지출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내 수요가 제약될 수 있다는 게 KDI의 전망이다. KDI는 올해 상반기 실적 등을 반영해 정부 소비 증가율을 3.2%에서 2% 내외로 낮춰 전망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전망의 위험 요인들이 불거진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1% 초반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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