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와 부패비리엔 엄중한 문책 뒤따라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부실 행사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시비를 가려내야 한다. 예산 편성과 집행의 합리성, 정부와 전라북도 그리고 조직위원회 간 의사결정과 운영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냉철하게 밝혀야 한다.

2017년 새만금이 최종 개최지로 선정된 이후 6년을 허송세월한 사실부터 따져 봐야 한다. 야영장 선정과 조성책임은 문재인 정부 몫이다. 물론 현 정부 책임도 작지 않다. 폭염 대비에 소홀해 온열환자가 속출했다. 부족한 식수와 불결한 화장실 등 위생·보건 문제까지 불거졌다.

정부가 예비비 69억원을 긴급 지출해 냉장·냉동탑차 등을 공급하고 나섰지만 영국·미국·싱가포르가 조기 퇴영을 결정한 뒤였다. ‘준비 부족’ ‘공금 횡령 의혹’ 등 외신들의 지적에 낯이 뜨겁다. 컨트롤타워 부재와 탁상행정 등 국가시스템의 총체적 난맥상이 빚은 참사다.

파행 사태의 주된 문제는 무엇보다 새만금 내 잘못된 위치 선정과 예산 사용의 합리성 결여다. 세계 잼버리에 투입된 예산 1170여억 원 중 화장실·샤워장 등 야영장 시설 조성에는 고작 129억 원(11%)만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이 안 빠지고 잠금장치가 없는 샤워장, 부족하고 더러운 화장실 등 기본조차 안 된 잼버리 시설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 본지 취재에 따르면 애당초 부지 선정에 문제를 지니고 있음이 밝혀졌다. 잼버리보다 새만금 땅 넓히기라는 주최지 전북도의 ‘잿밥’ 눈독이 파행을 배태했음이 드러났다. 이번 ‘새만금 사태’의 본질은 ‘나무 그늘’이 없었다는 점이다. 문제는 전북도가 ‘풍성한 숲 공간’ 조성을 약속하며 예산까지 받아갔으면서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되고 있다. 새만금잼버리 장소에 나무를 심지 못한 진짜 이유는 이곳이 2020년 2월~2022년 12월 매립된 ‘신생 토지’였기 때문이다.

새만금개발청과 한국농어촌공사자료에 따르면 새만금이 잼버리 대회 개최지로 선정된 2017년 8월 새만금 전체 용지조성 계획 부지의 291㎢ 중 약 35%인 103.2㎢가 조성 또는 매립 중이었다. 이 가운데 농생명용지 5공구는 2013년 6월 26일 착공해 2017년 12월 31일 준공돼 매립이 마무리됐고, 2공구는 2015년 7월 10일 매립에 착공해 2018년 3월 31일 준공됐다.

하지만, 전북도는 이곳 대신 매립이 안 된 부지를 야영지로 선정했다. 전북도가 선정한 야영지는 2020년 1월 부지매립에 착공해 2022년 12월 16일 준공됐다. 당연히 염분 농도가 높아 물빠짐이 되지 않고, 더욱이 나무는 심을 수 없어 그늘이 없는 땡볕 야영으로 국제 망신을 톡톡히 산 잼버리 대회로 전락하게 된 것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2015년 일본 야마구치현잼버리 장소도 간척지였다. 낮 기온이 35~40도, 습도도 8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나무 그늘이 충분해서 쉴 수 있었고 화장실 샤워시설 등이 잘 구비돼 위생문제가 없었다. 새만금잼보리가 왜 잘못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감사원이 이르면 이번 주부터 조직위와 전북도, 여가부, 행정안전부 등에 대한 감사에 나선다. 전북도가 잼버리 유치를 2조원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과 지역 예산 확보 수단으로 활용한 의혹도 감사 대상이다. 검찰 수사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릴 필요가 있다. 직무유기와 부패비리가 밝혀지면 엄중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2025년 우리나라에서 40개국 2만명이 참여하는 아·태 잼버리가 열리고, 2027년에는 세계 가톨릭 청년 70만∼100만명이 참석하는 세계청년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이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를 교훈 삼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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