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린공원에서 작업하던 ㄱ 씨는 35 ℃ 에 육박한 폭염에도 그늘 없는 곳에서 일하다 쓰러졌고 , 이른 아침부터 고온 작업을 하다 쓰러진 ㄴ 씨에게 주어졌던 휴식 공간은 바람이 통하지 않아 바깥보다 더 뜨거운 컨테이너였다. 한해 매출액 25조원이 넘는 한 대기업은 체감온도가 33℃ 일 때 매시간 15분 , 35℃ 일 때 20 분씩 줘야 하는 최소 휴식시간 기준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한다

                  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허허벌판 한낮 기온이 40℃ 에 육박하고, 엄청난 습도로 찜통 같았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장에선 첫날에만 400명 넘는 어린 스카우트 대원들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졌다.

이런 장면은 우리나라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7일 유엔아동기금은 전세계의 많은 어린이가 폭염으로 고통받고 있고, 남아시아에선 어린이 4억6천만명이 연중 80일 넘게 35℃ 이상 고온에 시달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불길은 점점 거세져, 지구 기온이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7 월 중국 북서부 싼바오 지역은 52.2 ℃ 를 기록했고 지표 온도는 80℃ 에 달했다. 미국 서부 데스밸리 지역은 53.3 ℃ 까지 올라갔다. 세계기상기구는 올해 7 월이 역대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될 것이라고 발표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 지구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가 들끓는 시대가 시작됐다 ” 고 말했다.

화와이의 휴양도시 거대한 화재로 1천명이상이 실종, 최다의 사상자수를 기록한 것 역시 기후재앙이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섭씨 1.1도 올랐으며 1.5도를 향해 상승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상승 임계점인 1.5도를 넘어서면 되돌릴 수 없는 '파멸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지 오래 됐다. 앞으로 2도 이상 오르면 파국적 위기국면을 맞는다는 것이 환경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2015년 194개국이 파리협정에 서명하고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데 노력하기로 약속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섭씨 1.5도라는 임계점을 지킨다면 지속가능한 생존을 추구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모든 생물종의 생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이를 야기한 기후변화의 주범은 온실가스이다. 대기를 구성하는 여러 기체 가운데 적외선 복사열을 흡수하거나 재방출해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가스를 말한다. 6대 온실가스로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항이 손꼽힌다. 이중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기체가 화석에너지 연소로 주로 생기는 이산화탄소이다.

이 지옥을 어떡할 것인가? 지난달 24 일 “규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 며 화석연료 사용 반대 시위를 하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20) 가 체포됐다 .

과학은 이미 악마 편에 선 것 같다. 과학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믿는 이들이 많지만 화석연료 엔진이 개발된 지 200 년도 안 돼 작금의 기후, 오염, 전쟁 지옥을 만든 것도 과학이다. 더욱이 과학은 갈수록 거대화되고 있다. 이제 이 거대과학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권력자와 대자본뿐이다. 그 앞에서 시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초라해지고 있다.

서늘한 바람이 불면, 이 폭염과 폭염 속 시원한 물 한잔, 작은 그늘 한점 가지지 못해 죽어간 이들은 쉽게 잊힐 것이다. ‘ 망각 ’ 과 ‘ 둔감 ’ 은 지옥의 단어다. 잊으라 용서를 강요하는 자가 악마다.

천국은 없고 지옥만 있는가보다

한국에서도 폭염과 가뭄이 빈발하고 위력도 더 커지고 있다. 남부지역의 가뭄은 수년째 발생 중이다.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기후변화는 사뭇 위협적이다. 국민과 기업 모두 함께 넷제로를 위한 실천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저히 줄이고 자연을 보전하고 복원하기 위한 노력은 전면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화석연료의 보다 신속한 단계적 퇴출이 총체적인 기후 위험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세계자연기금의 충고가 귓전에 맴돈다.

이런 측면에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당위성과 대의명분을 충분히 갖고 있다. 정치권도 진영과 이념을 떠나 기후위기대응에 대한 각 당의 해법을 내년 총선 공약으로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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