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항일운동가의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진영간 역사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이처럼 진영 간 역사 전쟁의 핵심은 역사의 어느 시기를 더 높이 평가하느냐는 인식차에서 기인한다. 보수 진영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했어도 광복후 북한 김일성 정권에 부역했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율성은 대한민국을 위해 일제와 싸운 것이 아니다”(박민식 장관)는 것이다.

반면 진보 진영은 이념과 관계없이 항일 독립운동에 어느정도 기여했는가를 중심에 둔다. 민주당이 육사의 홍범도장군등5인의 흉상 이전에 “항일 독립 투쟁의 역사를 지우고, 우리 군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역사적·반헌법적 처사”(권칠승 수석대변인)라고 반발한 것이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70여 년 전 행적을 두고 나라를 반쪽으로 쪼개는 역사 전쟁에 대해선 "현시점의 단편적 시각으로 과거를 단칼에 재단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진한 고려대 한국사학 교수는 “역사가 진영의 입맛에 따라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게 반복되면 사회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알려지지 않은 이적행위나 허위 공적을 확인하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의 변경 없이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를 뒤집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특정 세력의 견해나 시각을 넘어서 국민적 공감이 필요한 일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이념 과잉’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소모전을 끝내려면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 케이스다. 건국을 두고 1919년(임시정부)이냐 1948년(대한민국)이냐 다투기보다 일본강점기부터 정부수립까지의 시간을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하면 이분법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기념관 사업에 “1948년이 건국이라는 취지로 기념관을 만든다면 반대한다”던 이종찬 광복회장은 윤 대통령의 경축사 후 “적극 돕겠다”고 선회했다.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 우리의 사명일 것이다.

                 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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