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헌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정책평가연구원(PERI·원장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개원 1주년 심포지엄'에 참석, "정책이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가면서 증거와 과학에 기반하지 않아 이상한 정책이 돼 한국 경제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했는데 대표적인 게 탈원전정책"이라고 주장했고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역시 11일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한국전력(한전) 누적적자 원인으로 탈원전 정책과 급등한 국제 연료비 등을 꼽았다.

방 후보자는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사전 서면 질의답변서에서 '한전 적자 발생의 주요 원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방 후보자는 "탈원전 정책과 무리한 신재생 보급 과정에서의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한전의 역마진 구조, 국제 연료 가격 급등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부터 2030년까지의 피해액이 47조4000억 원이나 된다.​<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의 추산>"과학에 기반하지 않고 정치 이념에 매몰된 국가 정책이 국민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라고 힐난치 않을 수 없는 탈원전 정책이었다.

​지난 국회 당대표 연설에서 제1야당의 이재명당대표가 현 정부를 향한 ‘에너지 정책 전환 요구’도 원전업계 고사 등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으로 인한 피해액이 2030년까지 47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패한 탈 원전정책으로의 회귀란 후안무치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와관련해 해외사례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독일은 올해 1분기 -0.1% 역성장한 데 이어 2분기 성장률은 0%에 그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올해 독일의 성장률을 -0.3%로 전망했다. 세계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역성장이 예상되는 국가로 지목된 것이다. 급격한 탈원전 정책이 화근이었다. 독일은 에너지 공급의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했다. 독일은 2035년까지 100%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목표로 세운 뒤 지난 4월 최종적으로 원전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러시아 가스 파이프라인을 믿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값 폭등을 초래했다. 전쟁 이후 러시아의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전기료, 천연가스료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실제로 독일의 올 2분기 에너지 순수입은 199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공급 불안정에 따른 비용 급등에 독일 경제를 지탱하던 제조업도 비상이 걸렸다. ‘탈원전→ 에너지 가격 급등→ 제조업 타격→소비 침체’라는 악순환의 늪에 빠진 것이다. 독일 연립정부 내부에선 이제 다시 원전 재가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독일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명확하다. 친환경이라는 미명 아래 국가 지도자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이 국가 경제를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이의 반대급부로 탈원전을 선택한 건 현실을 외면한 ‘이념적 선택’에 불과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웨덴도 향후 20년간 최소 10기의 원자로를 건설하기로 계획을 발표했다” “43년 만에 탈원전 정책을 전격 포기한 셈이다. 아마도 독일의 탈원전 사례가 반면교사 되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도 독일처럼 아찔한 경험을 할 뻔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각계각층의 반대에도 탈원전을 밀어붙였다. 당시 정부가 탈원전을 주장하며 벤치마킹 대상으로 제시했던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수십 년에 걸쳐 탈원전을 결정했지만 ‘5년짜리’ 문재인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이를 강행했다. 다행히 지난 7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신한울 원전 2호기는 이르면 이달 말 시운전에 들어갈 전망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함께 국내 원전 생태계 복원이 드디어 속도를 냈다는 점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에너지 정책은 백년대계다. 향후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원전을 앞세운 에너지 정책은 이어져야 한다.

지속적인 에너지 정책 추진이라는 과제는 윤석열 정부에 주어진 또 다른 숙제다.

              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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