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 구속 시 소규모 사업장은 폐업 위기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2022년 1월 17일 시행)은 여전히 불명확한 의무와 과도한 처벌수준 등으로 인한 혼란과 애로가 크다. 특히 처벌규정이 과도하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기업주들이 모호한 규정이 많아 수사나 처벌 위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는 이유다.

예컨대 중대재해처벌법 상 ‘예방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주체’를 꼽을 수 있다. 사업장이나 장소를 ‘지배’하는 자, ‘운영’하는 자, ‘관리’하는 자가 서로 다를 경우 누가 예방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중처법에 대해 일선 기업들의 우려가 여간 큰 게 아니다. 중처법의 핵심은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강화한 게 골자다. 법에 따라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중대사고=CEO 처벌’ 등식이다. 기업인을 산업 발전의 동반자가 아니라 ‘범죄 유발자’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안전불감증에 따른 참혹한 현장 사고를 막자는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기업은 없다. 그러나 처벌에 집중하다보니 중처법이 안전관리의 전문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CEO를 압박할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기업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별도 기관을 만들고, 이들을 통해 투명하게 기업 현장의 안전도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이 비용은 납품단가에 반영해 원청과 하청, 소비자들이 돈을 더 내는 방향으로 가는 게 글로벌 트렌드에도 부합할 것이다.

이런 현실이기에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2024년 1월27일 시행)을 약 5개월 앞두고 이를 유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5인 이상 50인 미만 중소기업 892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50인 미만 중처법 대응 실태 및 사례’를 조사한 결과 85.9%는 중처법 유예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주요 이유는 준비 미흡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중처법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났음에도 아직 준비하지 못한 이유가 주목된다. ‘전문인력 부족’(35.4%)이 제일 많고, ‘예산 부족’(27.4%) ‘의무 이해가 어렵다’(22.8%) 순이다. 특히 만약 중처법 유예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응답이 57.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고용인원 감축 및 설비 자동화를 고려하겠다’는 곳이 18.7%, ‘사업 축소 및 폐업을 고려하겠다’는 곳도 16.5%에 달해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담이 매우 높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대기업과 중견기업도 이처럼 중처법에 대해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 느끼는 부담감은 훨씬 크다는 것은 불 보듯 훤하다. 따라서 50인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처법은 연장되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 철저한 준비와 지원 없이 중처법이 시행돼 사업주가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받으면 사업주 역할이 절대적인 소규모 사업장은 폐업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그 대신 시간을 좀 더 주어서 ‘근로자 교육 실시 등 안전문화 강화’ ‘보호복 등 개인보호장비 확충’, ‘노후시설 보완·자동화 등 설비투자’, ‘전문기관으로부터 안전컨설팅 진행’ 등의 조치를 통해 안전관리를 확대하길 바란다. 소규모 사업장의 생존과 그곳에 몸담은 근로자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인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 유예기간을 최소 2년 이상 연장하는 것에 대해 민생법안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가 국회에서 적극 협의해 결정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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