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리 오정임 시인
별리 오정임 시인

 

별리 오정임 시인의 목소리는 나지막하면서 청아(淸雅)하다. 맑고 밝은 음성과 환한 미소는 긍정의 에너지를 준다. 이처럼 초록빛 싱그러운 미소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주며, ‘그리움의 서정성을 노래하는 별리 오정임 시인이 첫 시집 푸른 은하수를 펴냈다.

오 시인은 불꽃 심장을 건드리면 마치 별나라에도 단숨에 달려갈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는 소녀였다삶의 한쪽에서 시를 만나 서성이다 제 인생의 소중한 인연들에게 오후의 풍경들처럼 여유로운 사랑으로 스미다 아름다운 저녁노을 같은 설렘이 한사람의 마음이었다고 느껴지면 좋겠다고 시집 출간의 배경을 말했다.

시집엔 오 시인의 성숙한 삶이 한결 농축돼 있어 주목되고 있다. 작품 전편에는 사람과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순수의 서정(抒情)이 관류한다. 1부 찬란한 별빛사랑 봄꽃처럼(그대 등 22), 2부 상상의 꽃망울 터져 오르면(맑음 등 22), 3부 빛나는 것은 마음으로부터(베프 등 24), 4부 슬픔은 아름다워(서러운 꽃 등 21), 5부 사랑과 추억 감사로부터(남산의 추억 등 15)에 실린 104편의 주옥같은 시어(詩語)들은 서정성 진한 오정임의 문학세계를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자연과 사물·인간 존재 성찰애증마저 시어로 승화

따뜻한 추억 남겨주신 영원한 연인 아버지께 헌정

 

오 시인의 시 카라 꽃를 보자. “카라 꽃 한 아름 안고/ 너에게로 가고 싶다// 순백의 기쁨/ 순백의 사랑/ 순백의 미소// 활짝 피어 벙글어진 날/ 카라 꽃 한 아름 안고/ 너에게로 가고 싶다.”

카라 꽃을 소재 삼아 잊혔던 친구, 연인, 고향, 부모를 그리워하는 상실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대변하고 있다고 하겠다. 인생살이의 고뇌와 침잠의 시간을 꽃이라는 희망으로 피우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공감의 울림이 크고 깊다. ‘순백(純白)’의 시어가 주는 상징성은 오 시인의 맑은 심성을 얼마나 잘 내포하고 있는가.

시월의 거리를 보자. “시월의 거리를 걸었다/ 옅은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그 거리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외로움이 묻어나는 날/ 음악이 있었고 쓸쓸한/ 계절 앞에서 서성이던/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추억을 밟고 나열된/ 시한부 언어들이 살아난다/ 쓰러진 모든 것들을 일으켜 세웠다/ 나도 이젠 살 것 같다.”

지나온 삶에 대한 깊은 회한 속에서, 새 삶에 대한 희망의 빛을 발하고 있다. 농익도록 숙성된 인생사를 관조하면서 나와 이웃을 생각하는 이타적 삶의 자세가 눈물겹고 빛난다.

이러한 연유로 이향숙 서정문학작가회 회장은 시집 추천사에서 "벚꽃눈이 내리는 것은 아마도 시인의 눈물이었으리라. 청정 암반수 같은 언어로 오롯이 함께 하는 한 편의 시에 담아내는 그 특별한 감성이 귀하고 따스하다"며  "영롱한 시어들과 나날이 행복할 것"이라고 깊은 애정을 밝혔다.  

이훈식 평론가(서정문학 발행인·시인)시인은 살아 있는 현재를 시로 쓰고 싶어 한다. 망각해 버릴 순간들을 시를 씀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현재 시간으로 영원히 붙잡아 두고픈 욕망이다. 그래서 시란 인간존재의 영원성에 대한 욕구이고 다양한 소재를 통해 사유의 지평을 넓히며 오늘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것이다사랑과 추억 그 매듭을 시 한 편으로 표출시키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지만, 오 시인의 시를 읽어보면 자연과 사물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 속에 애증마저 시어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마음을 보게 된다. 사적 화자가 라는 주체적 언어로 명시된 시들이 자기 안에서 가열차게 이루어졌던 시간임을 알게 한다고 평했다.

충북 청주 출신으로 전국 새얼 백일장 시부문 차상·2016 서정문학 시부문 신인상·남산 문학대회 시화전 우수상·2022 서정문학 본상을 수상하고, 화도문학 동인시집 및 한국대표서정시선 8,10,13’ 공저를 지니며 서정문학작가회 홍보국장을 맡고 있는 오정임 시인은 일천겁의 인연으로 시작해 수천겁의 인연까지 아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이생과의 이별이 남겨준 지울 수 없는 단 하나의 그리움, 푸른 은하수 가슴으로 밟으며 봄처럼 따뜻한 추억을 남겨주신 나의 영원한 연인 아버지께 이 시집을 바친다고 강조했다. 서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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