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생태계 뿌리 中企 살아야 대기업도 살아

올해 세금이 예산 짤 때 예상했던 것보다 59조 원 넘게 덜 걷힐 것 같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경제 사정이 안 좋다보니 기업들이 돈을 많이 못 벌었고, 그렇게 기업이 내는 세금도 많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법인세로서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경기 둔화로 기업 영업이익이 급감했고, 이 때문에 세수가 25조 원 넘게 줄었든 것이다.

문제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면서도 고용 비율이 높은 중소기업이 더 큰 위기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기본통계(2021년 기준)’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수는 770여만 개로 전체 기업의 99%이고, 종사자는 1849만 명으로 전체 기업 종사자의 8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부도가 날 확률이 10%가 넘는 이른바 부실기업의 부채가 4년 새 2.3배 늘어나면서 200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일 ‘기업부채 리스크와 여신 건전성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비금융기업 3만5000여개의 부채 분석 결과 대상기업의 총부채는 2018년 1719조원에서 2022년 2719조원으로 연평균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데이터를 이용해 기업부채 리스크를 계산한 결과 부도확률이 10%가 넘는 부실기업의 부채는 같은 기간 91조원에서 213조원으로 연평균 24% 증가했다. 문제는 부실기업, 이른바 ‘한계기업’의 대다수는 중소기업이라는 사실이다. 경제 위기가 가중될수록 가장 먼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곳은 부실 위험을 마주한 중소 한계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계기업에 대한 대출 추이는 국책은행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산업은행·IBK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대출액이 지난해 말 21조6000억원에서 올 6월 말에는 23조원으로 약 1조8000억원 늘었다.

고유가·고환율·고금리라는 3고(高) 시대에 원자재 값 급증에 금융비용 등 이·삼중 고충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보다 폭넓은 지원이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가계부채와 마찬가지로 기업부채도 양적 관리뿐만 아니라 질적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한계기업이 우리 경제의 화약고가 되지 않도록 별도의 채무관리방안을 수립해 철저히 관리하길 촉구한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면서도 고용 비율이 높은 중소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히 마련돼야겠다.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육성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활로를 여는 데 시급한 일이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연구원이 중소기업을 매력적인 직장으로 만들도록 신산업 분야 지원에 힘써야 한다고 제안한 게 주목된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최근 10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시장 격차가 심화했다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선 중소기업 신기술·신산업 분야 인력양성 프로그램 확대, 중소기업 우수 연구개발(R&D) 인력 확보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투자를 하더라도 이를 수행할 인재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지능화 등의 활용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재직자 교육 강화·혁신성장을 이끌 핵심인재 양성 추진과 일자리 이동지원 강화 등이 추진돼야 한다.

중앙정부와 국회, 지자체 등은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 건정성 제고 대책에 힘쓰되 중소기업 살리기에 힘써야겠다. 실기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기업 자율경영을 옭아매는 규제 혁파가 시급하다. 역대 정부는 줄곧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쳤지만 말뿐이다. 기업 규제는 기업은 물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생존 위기로 몰아넣는 한국경제의 초대형 악재다. 규제 혁파와 기업회생 지원정책으로 기업생태계의 뿌리인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기업도 살 수 있음을 직시하길 촉구한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