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 줄줄이 RE100(재생에너지 100% 기반 전력 사용) 달성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 과제인 재생에너지 전환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정부는 발전설비 설치부터 사용까지 겹겹이 쌓인 규제를 풀기는커녕 허가기준 강화 등의 규제책을 추가로 내놨고 주민 수용성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통계청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재생가능에너지(태양광·풍력 등) 비율은 2.1%로 OECD 38개국 중 가장 낮다. OECD 평균(11.6%)의 5분의 1도 채 안 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가 18.5%, 독일이 15.6%, 영국이 12.6%를 기록했고 미국과 일본도 각각 8.0%, 7.1%로 우리나라를 훨씬 앞섰다.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 만큼이나 큰 문제는 비중 확대 속도다. 1990년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비율은 1.1%였다. 30년이 지나도록 1.0%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영국은 0.5%에서 12.6%로 12.1%포인트 확대됐다. 독일도 1990년 1.5%로 우리나라와 격차가 크지 않았지만 2021년 15.6%로 OECD 평균을 훌쩍 넘는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산업이 그만큼 위축돼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소명 아래 확산한 RE100 캠페인은 초기 가입 기업 수가 점진적으로 증가했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와 같이 재생에너지 여건이 불리한 나라에 소재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커서 또 하나의 무역장벽으로 인식하는 기업들도 많다" 한전에 따르면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구매 비용은 2017년 1조6120억원에서 2018년 2조163억원, 2019년 2조475억원, 2020년 2조247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3조원을 넘었다. 올해도 1분기에만 6799억원을 REC 구입에 썼다

따라서 "탄소중립 이행수단으로 특정 에너지원을 지정하는 방식 대신 기술 중립적 관점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두루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RE100은 탄소중립의 유일 대안으로 여겨지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캠페인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은 국가에서 오직 재생에너지만을 통한 전력수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기후여건에 따라 생산‧공급량이 들쭉날쭉한 특성 탓에 재생에너지 구매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도 문제다.

태양광 업계는 입지 선정과 인·허가, 인정 범위 등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우선으로 해결돼야 하는 규제로는 이격거리 제한을 손꼽는다. 정부는 이격거리 규정을 따로 두지 않고 있지만 지자체는 조례 등을 통해 태양광, 풍력 등 발전기를 설치할 때 특정 도로나 시설, 입지로부터 일정 거리를 확보하도록 제한하고 있다.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부지가 크게 줄어 입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등 이격거리 규정이 보급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지자체별로 기준이 100~1000m까지 제각각인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풍력업계에선 해상풍력 개발을 정부 주도 계획입지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점을 꼬집는다. 삼면이 바다고 국토가 제한적인 우리나라 특성상 해상풍력은 핵심 미래 재생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만큼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어민 갈등을 조율하는 등의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특히 초기 단계인 입지 발굴에만 수억원이 들 정도로 투자 부담이 큰 만큼 정부가 나서서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관련 산업이 확대될 수 있다고 업계는 봤다.

이뿐아니다,태양광 분야에선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법안이 잠자고 있다. 농사와 태양광 발전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은 국내 환경에 적합한 태양광 보급방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8년 내 철거해야 하는 등의 규제로 수요는 아직 제한적인 수준이다. 이에 영농형 태양광을 위한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20년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농지법 개정안이 국회에 수건 발의돼 있다.법안 통과 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것이고 원자력에너지까지 활용한 보다 현실적인 CF로의 정책전환을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급성장하는 해외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생산 관련 산업 경쟁력 부문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설계와 실행이 절실하다. 소재, 부품, 시스템, 장비 등의 각 공급망 부문에서 경쟁력을 가지도록 지원해야 한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패키지화해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100년을 준비하는 바람직한 자세가 될 것이다.

                   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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