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빚더미, 노인은 빈곤율 높아 일터로

가계와 기업, 청년과 노인 등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경제주체들이 총체적 난관에 부딪쳤다. 우리나라의 기업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2021년 기준)이 113.7%를 기록하면서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108.6%를 넘어섰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기업부채가 코로나19 이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전례 없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특히 대부분 주요 7개국(G7) 국가들이 2020년을 기점으로 기업부채 수준이 감소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만 지속해 증가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우리의 가계부채 또한 심각해지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 한국의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분기에 101.7%로 세계 네 번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한국의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의 190%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전 세계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평균은 61.9%다. 8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6조9300억 원 증가한 1073조7000억 원이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청년은 빚더미에, 노인은 빈곤율이 높아 일터로 내몰리는 현실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우울한 현실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청년층(30대 이하)의 1인당 가계대출금은 7927만원에 이른다. 2019년 2분기 6244만원 대비 4년 사이 27%나 급증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 영향으로 주택 관련 대출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금리 인상 시기여서 걱정이다.

게다가 청년 실업률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8월 실업률이 2.0%로 전체적인 고용지표가 외형상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청년 고용지표는 다르다. 15∼29세 청년 취업자는 1년 새 10만명이나 감소한 데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생활비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취업한 일자리가 저소득 비정규직이 많다 보니 코인·주식 등 ‘빚투(빚내서 투자)’로 눈을 돌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노인들의 삶도 팍팍하긴 마찬가지다. 2021년 기준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9.3%에 이른다. OECD 노인빈곤율 1위라는 불명예까지 얻었다. 공적연금 수령자는 57%에 불과하다. 은퇴 후에도 생활전선으로 내몰리는 이유이다. 2021년 기준 65세 이상 고용률은 34.9%로 OECD 평균(15.0%)의 2배를 넘겼다. 고령화 속도가 높아지면서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들어서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현실이다.

특단 대책이 요청된다. 미래세대의 부채급증을 막으려면 부동산 시장 안정으로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생활 여력을 키워줘야 한다. 규제완화·노동개혁을 통해 기업을 비롯한 민간부분의 경제활력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노인층을 위한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지지부진한 연금개혁도 서둘러야 한다. 기금고갈을 막는 데 급급해 외면한 연금의 보장기능을 강화해 복지 실효성을 높이길 촉구한다.

서민과 중소기업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지금 누구보다 정치권이 민생 돌보기에 올 인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미 ‘이재명 방탄 정국’에서 무리수를 총동원해 국민에게 상처를 남겼다. 영장 기각을 ‘정치적 승리’로 규정하고 의석수를 앞세워 국정 발목잡기를 강화해선 곤란하다. 국민의힘도 야당 발 ‘반사이익’에 기대려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검찰수사 정치는 버리고 여당다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말이 옳다. 여야 모두 이제라도 정치 복원에 나서 민생·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 그게 바로 추석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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