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저보고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많아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하려 한다”며 “소통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추진’하면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이념’을 강조해왔던 기존 메시지 노선에서 변화해 ‘민생’을 거듭 강조하면서 국정 과제 이행의 필수 요소로 강력한 ‘추진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있을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해 참모들에게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 4역과의 오찬에서도 “민생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민생을 위한 소통 강화 의지를 밝혔다. 그 전날 국민통합위원회 비공개 만찬에선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며 보선 이후 처음으로 ‘반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발언은 강서 보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이 일방적 리더십과 소통 방식 등 자신의 국정운영 방식에 있다는 지적에 수긍하면서 나름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보선 직후 여당에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하라”고 주문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책임은 당에 미루는 듯한 태도로 비친 게 사실이다. 직접적 공개 발언이 아닌 참석자의 전언이라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스스로 ‘반성’을 언급하며 민심에 따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평가할 대목이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보선 이래 윤 대통령 입에서 이념적 발언이 사라지면서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 “이념이 제일 중요하다”며 ‘반국가세력’ ‘공산전체주의’ ‘가짜 평화’ 같은 공격적 언사를 쏟아냈던 윤 대통령이다. 그런데 최근 안보 관련 행사에서도 이념 색깔을 확 뺐고, 그간 뒷전에 있던 국민통합위의 정책 제안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국민을 가르는 분열의 언어를 삼가면서 민생과 실용을 우선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만하다.

윤 대통령은 이제 그런 의지를 국정운영에 있어 정책을 구체적 변화로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실과 정부, 공공기관의 인사 쇄신을 통해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간 윤 대통령의 인선에선 논란 많은 투사형 인물이나 ‘우리 편’인 옛날 사람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특히 검찰출신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검찰공화국이란 오해를 불러 일으킨 점도 되돌아 보아야 할 것 이다. 대통령의 인사가 그러니 참패 이후 여당의 새 당직 진용에서도 쇄신 의지라곤 보이지 않았다. 인재 풀을 크게 넓혀 국민이 공감할 인물을 두루 찾아야 한다.

소통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기자회견이 사라진지 1년이 넘었고, 출근길 문답마저 사라지면서 기자들과의 접촉도 없다. 행사 연설이나 측근 전언으로 듣는 윤 대통령 발언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이런 소통 부재 때문이다. 그게 사람이든 관행이든 윤 대통령은 자신을 에워싼 장벽부터 과감히 허물어야 한다. 그래야 민심을 올바로 읽고 그 바탕 위에서 국정 기조도 제대로 잡을 수 있다.대국민 기자회견이 부활되어야 하는 이유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을 배제한 채 현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당과의 소통이 아주 크게 필요한 부분이다.

윤 대통령에게 '59분 대통령'이라는 탄식 조의 별명이 생겼다. 한 시간 회의하면 대통령이 59분 동안 혼자 얘기한다는 것이다"라면서 "대통령의 강한 자기 확신은 상대방 입을 닫게 만든다"며 윤 대통령의 독단적인 소통방식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제왕적 대통령 안 하려고 청와대를 벗어나 용산으로 가더니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제왕적 국정 운영을 하는 역설을 목격 중이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 때문에 대통령이 된 게 아니다. 지난해 대선 다음날(3월10일) ‘윤석열에게 투표한 이유’를 물은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가장 많은 답변이 ‘정권 교체’(39%·2개 자유응답)였고, 이어 ‘상대 후보가 싫어서’(17%)였다. 후보 개인 요소인 ‘신뢰감’(15%), ‘공정’(13%)은 그다음이었다. 지난주 한국갤럽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 이유에서 ‘신뢰감’은 1%, ‘공정’도 1%였다. 그사이 윤 대통령이 바뀐 건 아니다.

진실에 입각한 정직한 정치를 되찾아야 한다. 윤리 질서가 회복되고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민의 미래를 위한 정치를 택해야 한다. 국민의 행복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자유와 인간애의 정신으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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