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소리 청아한 가을
코스모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길 가에
무엇을 잘못했기에 늘 고개를 푹 숙인채
헝클어진 더먹머리 총각같은 너!!!
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추며 몸을 맡기니
자유스러운 영혼의 흐느낌인가
외로이 살수는 없어 무리를 이루어
서로 의지한 채
속은 비었으나 마디는 확실한
범 세계적 키다리 아저씨인 너!!!
푸른 하늘 아래 가장 평화로운 너의 자태는
방향을 구분하지 못하는 내 영혼을 위로해주는구나.
너의 고향이 순천만인지, 을숙도인지,
강진만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사람들의 서정적 감흥을 흔들어 깨우며
철새들의 군무를 만들어 내려고
둥실 떠오른 달이 물에 비치는 모습에 반하여
강가에 자리를 잡고 갈색 정원을 꾸몄나 보구나.
먼산을 바라보면서, 주위사물과 부대끼면서,
항상 먼저 고마운 마음으로 무엇이든지 다 주고 싶은
수더분한 시골 아낙네 같은 너!!!
언제나 감사를 체득한 삶을 살고 있는 너는
산다는 것이 유연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가르치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한겨울 흰 눈 흠뻑 뒤집어 쓴 마른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들면서
머지 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구나.
눈이 내리고 또 내려 쌓여
경안천을 온통 다 덮어버려도
강뚝 나뭇가지가 추워 얼고 또 얼어
외로움으로 반질반질해져가도
무채색의 생명줄은 여전히
찬란한 봄을 기다리고 있구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일년 열두달 초록빛 대향연과
자갈색 비단결을 자랑하는 너!!!
수명이 천년이나 되니
그저 경이로울 뿐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