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윤석열 대통령,코피까지 흘리며 열심히 일하지만 국민 평가는 야박하다는 것을, 선거는 과학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정치와 법치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윤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당황해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선거 당일 밤늦게 참패가 확인된 직후 “대통령까지 포함한 책임”이 거론됐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다음 날 아침 “차분하고 지혜로운 변화”로 달라졌다. 그 결과 대표-원내대표-사무총장 모두 영남 의원이 맡는 정치적 자폭으로 이어졌다. 여론이 악화하자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많이 반성하고 소통하겠다”며 또 급변침했다.

대통령은 겨우 정치 입문 2년(2021년 6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 기준) 수준임에도 나만 따르라며 무작정 직진한 데 따른 결과다.

윤 대통령의 정치는 이제 막 초보에서 벗어나는 단계에 있다. 가장 위험한 시기다. 게다가 최근 권력 핵심에서 대통령은 모르는 게 없다는 식의 ‘윤비어천가’가 나온다. 다시 ‘적자생존’(받아 적어야 살아남는다) 시대로 접어든 것 같다.수석회의나 국무회의시 거의 윤대통령의 얘기로 끝나고 있다.수석비서관,국무위원들과 소통 이 안되고 있는데 누구에게 소통을 강조 하는지 모를 일이다.이런 대통령이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 “철학 없이 실용 없다”고 외치니 국정은 민생보다 이념으로 흘렀고, 이번 선거 참패로도 이어졌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꺼내기 힘든 연금법,교육개혁, 의료인력확층등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방향은 타당하다.국제 무대에서의 외교정치력도 일단 은 성공한 일로 평가 받고는 있다지만 민생과 경제분야등 내치에 소홀하고 부족하다는 평가이다.

벌써 임기의 4분의 1 이상 지났다. 목표 제시보다 실행을 최고 가치로 삼아야 할 때다. 그런데 추진력을 뒷받침할 정치력이 없다.

국정 개혁과제는 대개 입법을 통해이뤄진다. 여의도정치가 아무리 한심해도 함께하면서 끌고 가야 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시정 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악수를 청하는 윤 대통령을 쳐다보지 않거나, 마지못해 악수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례적으로 대통령 시정연설 땐 국회의원 전원이 기립해 대통령을 맞고, 대통령은 의원들과 악수하면서 입장한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앉아서 대통령을 맞고, 일부는 악수를 거부했다.

지난 정부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시정 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기립 박수로 문 대통령과 악수를 했고,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도 전원 기립했었다.

야당역시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이역시 거대야당의 건방진 횡포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글로벌 경제 불안과 안보 위협은 우리에게 거국적,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당면한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야당도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현 정부와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여대야소 국회를 만든 뒤 제대로 국정을 펼치겠다는 식이면 총선 참패는 뻔하다. 국민은 그때까지 현 정부가 얼마나 성과를 냈느냐를 가장 큰 판단 기준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진정성을 보여야 승리의 가능성이 열린다. 윤 대통령이 정치 초보자임을 인정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발목 잡는 야당을 탓하기 앞서 본인의 정치력 부족을 탓해야 한다.

이런점에서 윤 대통령의31일 국회시정연설간 예산안 집행과 관련해 수차례 야당을 비롯한 국회의 “협조”를, 또 첨단 산업 분야 세제 지원, 교권 4법 개정 등과 관련해선 “국회의 관심과 협조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선 전임 문재인 정부 비판도 등장하지 않았다. 최근 국무회의 등 공식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나 탈원전 정책 등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그렇다,야대 국회와 대법원, 좌파 미디어와 시민단체에 포위된 윤 대통령은 사면초가 상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마키아벨리식 전술도 필요하다. 야당 대표도 만나야 한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한다. 최악 상황에서 최상의 성취를 이뤄내는 것은 바로 양보와 소통의 정치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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