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동 칼럼니스트
김선동 칼럼니스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서는 결코 살 수 없다. 독불장군은 이 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다. 서로 모여 얽히고 설키며 사는 군집형(群集形) 동물이다. 인간들은 상부상조(相扶相助)하면서 살아간다. 살면서 즐거울 때나 힘들 때에는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면서 어우렁 더우렁 사는게 인간이다.

 

살다 보면 서로 간에 이해(利害)가 얽혀 갈등하고 반목하며 살아가지만 궁극적으로는 살을 맞대며 정겹게 살아가는 게 인간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이 넘치는 사회로, 남이 힘들거나 어려움에 빠지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서로 돕고 서로 도와주며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민족이다.

 

그래서 어느 민족보다도 유대감(紐帶感)이 강하고 응집력(凝集力)이 큰 민족이다. 강대국 사이에 위치하면서도 5천년 동안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살아온 끈기와 인내심이 어느 민족보다도 강한 민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히 '우리'라는 말이 많이 언급되고 통용된다. 그만큼 내 개인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매우 강하다. 우리라는 의식속에 똘똘 뭉쳐 공동체 목표를 달성하고 조직을 보위(保衛)하며 조직원 하나하나를

보살피며 보호한다.

 

한국인들은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고 위험이 닥치면 여일 젖히고 내일처럼 굳게 뭉쳐 막아내고 극복하는 대단한 민족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여서 함께 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이웃 사이의 만남과 교류가 많다. 친구와 지인들과의 유대감도 돈독하다.

 

인간관계도 끈근하고 진하고 강하다. 정을 나누고 내일처럼 돌봐 주고 한가족처럼 믿고 모든 일을 맡긴다. 이러다 보니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거나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 믿음을 져버리고 배신(背信)을 하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서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듯이 배신을 당하고 울고불고 하면서 원통해 하고 미워하며 땅을 치며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쁜 짓을 하고 악행(惡行)을 저질러서 배신을 당하는 경우는 올바른 사회 건설과 정당한 법 집행을 위해 당연하게 배제해야 할 일이다.

 

배신을 하면 그 때는 이미 늦다. 버스와 열차가 떠난 뒤인 것이다. 따라서 그런 배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사람을 너무 믿지 말아야 한다. 인간관계의 맺어짐 속에서 아무리 친하고 가깝다 하더라도 남을 함부로 믿으면 안 된다. 남은 남이기 때문이다.

 

살을 섞은 부부사이도 남으로 헤어지는데 하물며 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적당히 믿고 적당히 친하고 적당히 가까이하면서 우의(友誼)를 다져야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게 된다. 불가근(不可近) 불가원(不可遠),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지도 않게'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인간관계는 적당한 선에서의 정 나눔과 마음 믿음이 필요한 것이다.

 

정치인들이나 사업가들과 같이 많은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어야 하는 부류(部類)의 사람들은 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가까이 있는 사람 앞에서는 말조심도 해야 한다. 아무리 친하고 철석같이 믿는 사람이라도 속에 있는 얘기들을 함부로 다 까발리며 얘기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언제 어떻게 관계가 변해서 사이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나쁜 짓을 하거나 올바르지 못한 행위나 말을 할 때는 늘 조심해야 한다. 언제 어떻게 변절해서 배반하고 폭로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친할수록 예의를 갖춰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자신에게 가장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자신을 잘 알면서 자신으로부터 서러움과 핍박을 받은 주변 사람들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올바르고 떳떳한 일을 하고 좋은 일이나 정상적인 일을 추진할 때는 상관이 없다. 꿀리거나 책잡힐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그마한 거리낌도 없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 가면서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원한을 살만 한 일을 벌이지 않으면서 올바르게 살아간다면 자신의 주변에는 늘 좋은 사람들, 신의(信義)가 두텁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고 나쁜 사람에게는 나쁘고 사악(邪惡)한 사람들만 꼬이기 마련이다. 아무리 세상이 험하고 믿을 수 없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자신이 깨끗하고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이라면 자신처럼 깨끗하고 순수하고 정직한 사람들만 모이게 된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위에서처럼 정직하고 거짓과 사기가 없는 좋은 사람들만 사는 깨끗하고 정상적인 사회, 법이 통하는 나라, 그래서 사람들이 마음 놓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살기 좋고 행복이 가득한 사회가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부디 그런 사회가 이룩되기를 간절히 고대(苦待)한다.

김선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