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8월 이재명 당 대표 취임 후 정책 경쟁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 대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유권자들의 뇌리에 남아있을뿐이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기본소득, 기본주거, 기본금융 등 ‘기본시리즈’를 주도했던 이 대표가 맞나 싶은 정도이다.

올해 9월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승을 거치면서 완벽한 ‘친이재명당’이 된 민주당은 자신감이 한껏 치솟아 있다. 당 일각에서 ‘내년 총선 200석 발언’이 나온 것도 이런 분위기와는 무관하지 않다.

민주당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 가상화폐 투자 논란 등 숱한 개혁 과제는 뒷전으로 밀린지 오래, 이 대표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하고도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이를 번복한 전력이 있다. 그는 자신의 총선 험지 출마론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내년 총선에서도 공천 혁신 대신 친명계 공천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많다.

반면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정책 대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포시 서울 편입, 공매도 중단은 정책의 적절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전국을 흔드는 이슈로 자리 잡았다. 국민의힘은 연금법,의대 정원문제,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주식 양도소득세 조정, 대형마트 의무 휴업제 폐지 등 추가 정책을 예고하면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모양세다.

반전이 급했던 이 대표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장률 3% 회복을 위한 제안’을 발표 하지만 국가 재정을 확대하는 것 말고는 구체적인 성장 전략이 없었고, 당연히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정치권의 한 원로는 “국민의 세금으로 돈을 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비슷한 일은있었다.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 폐지·사병 월급 인상, 코로나19로 인한 9시 영업 제한 철폐, 북한 주적론 등 유튜브 쇼츠나 페이스북 단문 메시지로 정책 이슈를 주도했고 ‘AI 윤석열’을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기술 변화를 선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민주당은 좀처럼 이슈를 주도하지 못했다. 이 대표의 공약 중 화제가 된 것은 기껏해야 탈모 치료비 지원 정도였다. 대선 막판에야 n번방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한 박지현 씨 영입을 통한 구조적 성차별 저항, 다당제를 기반으로 한 연합 정치 주장 등으로 일부 지지층을 결집했지만 패배를 막기엔 이미 늦은 상태였다.

문재인 정부는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를 대거 청와대와 내각에 기용하면서 그간 진보 진영이 연구하고, 주장해온 정책 의제를 대부분 활용하며 문재인 정부 5년은 진보 정책을 사회에 실험해보는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규제,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의 결과는 대체로 좋지 못한 결과를 나았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이 민주화된 1987년 이후 처음으로 ‘정권 교체 10년 주기설’이 깨지고 5년 만에 상대 진영에 정권을 내줘야 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지난 십수 년간 괴담 선동 세력이 면면도 바뀌지 않은 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젠 야당 대표가 아예 선봉에 선다.이재명 대표는 그제 전남 무안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어민들은 바다에 나가는 게 공동묘지 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고 했다.

어민이 말한 공동묘지가 ‘오염된 바다’를 뜻했다면 멀쩡한 우리 바다를 공동묘지처럼 죽은 바다로 인식되게 만든 장본인은 이 대표 본인이다. 국내외 과학자 99%와 국제기구, 미국 유럽 등 모든 선진세계가 안전하다고 하는데도 민주당은 ‘세슘 우럭’ 운운하며 우리 바다를 방사능 범벅이 될 바다로 몰아갔다.

어민이 말한 공동묘지가 ‘무너지는 수산업’, ‘위기에 빠진 어민생계’를 뜻했다면 그 묘지를 만든 주된 책임 역시 일본 못잖게 이 대표와 좌파단체들에 있다. 우리 바다를 어떤 수산물도 먹어서는 안 될 기피 대상으로 만든 불신조장 선동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괴담과 선동이 허위로 드러나도 몰표를 주는 묻지마 지지 집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묻지마 몰표는 지역이나 극단적 이념을 기반으로 한다.

허위로 드러나도 부끄러워 할 필요 없고, 팥으로 메주를 쒔다고 해도 지지해 주니까 더 과격하고 더 선동적으로 치닫는다. 괴담 선동 정치를 번식시키는 이런 토양을 바꿀 뾰족한 해법도 보이지 않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제발 괴담 선동정치 말고 제대로된 정책경쟁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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