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김상호
칼럼니스트 김상호

 

11월은 결산과 계획의 달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시대 흐름을 읽고, 사회 방향을 더듬으며,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내다보면서 새해의 일을 마련한다.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남들보다 더 많은 일을 이룩하고 더 많은 일을 경험할 때 밀도 있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려면 평균의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들과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쉬고, 똑같이 여행하고, 똑같이 놀아선 밀도를 높일 수 없어서다. 자신이 바라는 일에 스스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때 삶의 밀도는 높아진다.

대한민국은 평생교육 체계가 아주 우수한 나라다.필자도 이런 교육체계를 활용해서 삶의 밀도를 높여가고 있다.지난 2023년도 제20회 대한민국 평생교육 학습대상 국무총리상(대상)을 수상 하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였으리라

밀도 있는 삶은 "더 자유롭고 더 주체적인 삶, 다양한 시도와 경험으로 만드는 더욱 풍요로운 삶에대한 갈망"으로 이어지게된다스스로 주체가 돼 일상 흐름을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 타인이 정해준 삶의 흐름이 아닌 자신이 적극적으로 자기 시간을 지키고 관리해야 하는 사회의 도래되고있다. 이는 시간과 경험의 개인화 현상을 촉발한다.

인간 전체가 평생 비슷하게 살아가는 집단 대중사회에서 이탈해서 ‘서로 다른 스케줄로 일하고, 먹고, 생활하려는 개인’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결국 안주하는 삶을 회피해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일상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더 압축적으로 보낸다고 해서 삶의 밀도가 높아졌다고 할 순 없다. 더 많이 경험하고, 즐기고, 일하는 것으로 삶이 충만해지진 않는다. 좋은 삶은 속도와 횟수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와 방향의 문제다. 너무나 많은 것을, 더 빨리 즐기려 할수록 삶은 공허해진다.

느긋함을 잃고 쫓기는 삶에 뿌듯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남들 바라는 걸 바라고, 남들 하는 대로 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삶을 한마디로 비웃었다. "무리의 겉보기만 좇다가 허울이 유일한 가치가 돼 버린 인생!" 진실이 담겨 있지 않은 삶은 아무리 바빠도 소용없다. 밀도 높은 삶을 추구한다면, 유행에 끌리고 쏠리고 들끓는 대신 다른 길을 택해야 한다.

조급한 사람은 더 많이 일하고 더 자주 소비할 순 있으나 훌륭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진 못한다. 사랑, 우정, 신뢰, 정의 같은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바삐 움직이는 대신 하나에 시간과 정성을 쌓아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들여 얻은 것이 없는 삶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울 뿐이다. 천천히, 느긋하게 존재의 의미를 새기고 음미하며 다듬어 가는 사람만이 삶의 밀도를 얻을 수 있다.

인간은 ‘되어감의 존재’다. 이 세상에 던져질 때는 아무도 삶을 선택할 수 없으나, 태어난 자신을 어떤 존재로 가꿀 것이냐는 자기 선택과 결단에 달려 있다. 의지와 열정을 품고 자신을 더 나은 존재로 바꾸어 가는 실천 속에서 우리 삶은 비로소 충만해진다. 인생의 본질은 "자기 존재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데 달려 있다." 삶의 밀도란 시간 가성비가 아니라 자기 존재의 실현이다.

바란다고 누구나 자신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현재의 나를 되짚으면서 나의 모자람을 돌아볼 마음이 있고, 되고 싶은 존재를 향한 의지가 있고, 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되기 위해 해야 할 당위를 지킬 때, 비로소 우리 존재는 완성된다. 따라서 꾸준히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성찰의 시간,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차분히 돌아볼 여유, 삶의 방향과 목적에 시간과 노력을 온전히 집중하는 실천 없이 삶의 밀도는 불가능하다.

이제11월도 중순이다

한해를 결산해보며 되돌아 보고 삶의 밀도를 높이기위한 다가오는 2024년도 계획을 세워보아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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