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동 칼럼니스트
         김선동 칼럼니스트

 

존재(存在)란 무엇일까? 존재(Sein)에 대해서는 일찍이 하이데거와 헤겔을 중심으로 독일의 철학자들 사이에서 심도 있는 언급과 주장이 있어왔다.

 

존재는 형이상학적 측면에서 학자들 나름대로 다양하고도 깊이 있는 분석(分析)과 정의(定義)를 내리는 등 서양 철학에서는 지금까지도 다각적인 측면에서 연구가 계속돼 올 만큼 매우 다의(多義)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존재는 학자들마다 주장하는 바가 다른 논리를 펼치고 있어 흥미 있는 철학도들에게는 주요 연구 핵심 논제의 수위(首位)를 차지한다. 존재는 그만큼 복잡하고도 심층적인 철학적인 이슈와 아젠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학문적이고 철학적인 측면에서 뿐 만 아니라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측면에서도 존재(存在)에 대한 궁금증은 커진다.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늘어난다. 있을 땐 모르다가 없어지면 뭔가 허전하고 맥이 빠지고 하고 싶은 의욕이 없다.

 

무엇인가를 해야 할 욕구도 사라진다. 은근히 걱정도 된다. 겉으론 안 그런 척 하지만 그건 허세(虛勢)다. 즉 허장성세(虛張聲勢)다. 속마음을 들키기 싫어서 감추고 허세를 부리는 것이다. 존재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의욕이 넘쳐 나고 일할 맛이 난다. 가족의 존재감. 아내와 자식에 대한 존재감은 특히 더 하다. 친구들 사이의 존재감도 무시하지 못한다. 가족과 연인 사이의 존재감은 더 애틋하다. 안 보면 보고 싶고 멀리 있으면 그리움이 더해진다.

 

평상시에도 존재감을 느끼지만 아내와 딸 등 가족이나 사랑하는 연인이 해외로 여행을 떠나거나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가면 말할 수 없는 그리움과 보고픔으로 존재에 대한 빈자리와 공허감(空虛感)을 더없이 느낀다.

 

정이 두터운 가족이나 서로 간에 뜨거운 관계의 연인일수록 존재에 대한 상실감이나 공허감(空虛感)은 더 크다. 깊이 있는 존재들 사이의 관계란 그런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존재감은 아내가 느끼는 남편의 존재감에 비해서 좀 더 깊고 심대(甚大)하다.

 

남편들은 대개 아내가 멀리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더 걱정이 되고 불안감이 커진다. 심지어는 짜증과 신경질까지 부리는 것이다. 그만큼 남편은 아내의 존재에 대해 기대며 의존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아내의 부존재(不存在)에 의한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에 남편들은 아내의 여행을 그토록 불편해 하고 싫어하는 것이다. 부부(夫婦)로서 오래 동안 같이 산 아내들은 남편이라는 존재를 떠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아내들은 친구들과 멀리 여행을 떠나는게 로망이고 대단히 좋아한다. 떠남에는 무한한 자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함께 있을 때는 부부 싸움도 하고 의견 충돌로 큰소리로 다툼을 하며 미워하고 서러워하고 야속해 한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으면 서로 간의 존재에 대해 비로소 절실하게 깨닫고 안부도 묻고 소식을 들으며 존재감을 확인하고 안도감을 갖는다. 부부 사이의 관계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란 말이 생긴 것이리라.

 

요즘은 많이 바뀌어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가 아니라 '펜으로 이혼장 쓰기'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예전 부부들 사이에 존재했던 존재감이 많이 희석(稀釋)돼 가고 있다는 반증(反證)이기도 하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서로 간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비호감적이었다면 이 계절에, 오랜 동안의 먼 여행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필요성을 느끼는 존재감의 회복시절(回復時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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