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를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했다. 현 정부 들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로는 1년 반 만에 벌써 20번째다. 김 신임 합참의장은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업무 시간에 주식거래, 안보 위기 시 골프장 방문, 자녀 학교폭력 의혹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져 군 작전을 총책임지는 합참의장으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야당이 청문회 막판 집단퇴장을 하기까지에 이르렀으나, 윤 대통령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임명을 강행했다. 

김 후보자 내정은 여러 모로 파격적이다. 중장을 대장으로 진급시켜 합참 의장에 내정한 것은 1994년 평시 작전통제권이 한국 합참 의장에게 넘어온 이후 처음이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6월 중장으로 진급한 데 이어, 1년4개월여 만에 다시 대장으로 진급했다. 해군 출신 합참 의장 발탁은 역대 두번째로, 2013년 최윤희 의장(재임기간 2013∼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 비육군 출신 합참의장은 역대 다섯 번째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김명수 합동참모본부(합참) 의장 임명 강행을 두고 “제왕적 선민의식에 빠진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의 극치”이자 “대한민국 안보 포기 선언”이라고 맹비난했다

도대체 김명수 합참의장을 고집하는 이유가 뭔지 의아할 정도다. 대개 현역 대장이 지명되는 합참의장에 중장이 지명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창군 이래 김 의장이 세번째로, 1970년 이후 43년 만이다. 육군 아닌 해군 장성이 발탁된 것도 10년 만이다. 그런데 2019년 삼척항에 북한 목선이 들어와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사과하고, 작전책임자였던 육군 8군단장이 보직 해임되던 당시, 김 의장도 동해를 책임지는 1함대 사령관(소장)으로 작전 실패 책임을 물어 견책 징계를 받았다. 또 지난달 북한 주민들이 소형 목선을 타고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경계 실패 논란이 일었을 때엔 김 의장이 우리 수역 전체를 책임지는 해군작전사령관이었다.

파격 인사를 할 만큼 능력이 출중하긴커녕 경력과 근무 태도에 허점 많은 인사를 합참의장으로 전격 발탁하니 불안감이 앞설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때 군 인사들을 다 내치다보니 이렇게 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언제까지 이런 인사를 계속할 작정인가.

이런 인사는 적벽대전을 앞 둔 조조가 자신의 수군을 지휘하던 장수의 목을 치고 무능한 장수로 교체한 일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준다. 지금의 군 지휘부가 과연 남북 군사합의 파기 이후 전장에서 합동 작전의 판을 짤 수 있는 인재들일까. 이 점을 앞으로 잘 지켜봐야 하겠지만 용산이 군의 전문성과 안보상황을 제대로 살피고 있는 건지 의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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