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내년 1월 1일로 예정된 국가정보원 대공 수사권의 경찰 이관이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공 수사 역량 저하에 대한 우려는 그치지 않고 있다. 경찰이 안보 전담 수사요원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등 대공 수사를 전담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지만, 조직의 특성상 경찰이 국정원의 간첩 수사를 대신하기에는 필연적 한계가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계속되고 있다. 국정원이 수십 년간 쌓아온 대공 수사 노하우가 자칫 허공에 뜰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400명 수준까지 줄어든 간첩 수사 담당 ‘대공 수사관’을 내년 1월부터 700여 명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연말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이 폐지되고 경찰로 이관됨에 따라 간첩 수사 인력을 늘리는 것이다. 방첩 등 다른 안보 수사 인력도 충원하기로 하면서 전체 안보 수사 인력도 김대중 정부 이후 처음으로 1000명대를 회복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문 정부 당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기로 해놓고 대공 수사 인력을 축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며 “내년부터 간첩 수사를 경찰이 전담하기 때문에 국정원이 보유한 수사 인력만큼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안보 경찰 내 비(非)수사 부서 인력을 조정해 간첩 수사에 재배치하는 방식이어서 다른 안보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경찰과 정보기관의 역할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정원 1차장을 지낸 염돈재 전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은 28일  “간첩 수사는 국내·국외, 그리고 사이버 공간까지 전부 종합해야 가능한 영역인데, 경찰은 해외 정보망을 운영할 수 없는 데다 공개 조직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국정원은 해외 활동을 통해 대공 수사 첩보를 확보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하고, 경찰이 이를 넘겨받아 수사에 들어간다. 그러나 염 전 원장은 “국정원에서도 간첩 수사를 하는 대공 수사국은 건물을 따로 쓸 정도로 보안을 요하는 데다, 간첩의 징후가 포착되는 즉시 감시와 정보 수집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기관이 다르면 그렇게 하기 어렵다”며 안보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은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이나 조직원들이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한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사건처럼 국내·국외 정보가 구분되지 않는 흐름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에는 국내와 해외의 영역 구분이 불가능한 데다 대공 수사에는 해외·북한·국내 정보가 긴밀하게 융합돼야 하는데,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폐지로 이 같은 역량의 약화를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실적 해결책은 법을 재개정해 대공 수사권을 다시 국정원에 부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고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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