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2001년 미국의 9·11테러 대참사와 10월 7일 하마스 무장 집단의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적 테러 공격 성공은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조기경보 부재, 즉 정보의 실패가 초래한 것이다. 둘 다 지나치게 첨단 기법의 감시정찰 능력만 믿고 정작 가장 중요한 인적정보(휴민트)를 소홀히 한 탓이다. 국가안보는 총구가 아닌 정보에서 시작되고 이는 먼저 적 심리 동향을 읽어 내는 휴민트 공작부터라는 기본을 간과했기 때문에 결정적인 기습을 당한 것이다.

우리 국가정보원은 어떤가? 지난 민주당 정권에서 이 음지의 그림자 정보전 수행 능력이 크게 훼손됐다. 북한 가짜 평화 환상에 빠져 대공, 방첩, 휴민트 공작 역량이 뿌리째 흔들렸다.대공 수사권마져 없어지게되었다. 국정원의 존재 이유는 평소 국가안보의 창이요 방패로서 24시간 전략정보전과 정보심리전을 선제적이고 예방적으로 수행해 국정 전반을 보좌하는 것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좌파 정권의 정치 성향만 추종하다 보니 기본 사명과 특수임무를 망각한 것이다.물론 국정원 민간인 사찰 건으로 명예가 크게 훼손되고 국민과 정치권으로부터 받은 질책은 그들의 기본 임무를 망각한 사실이라는 점은 지적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우리는 陰地에서 일하고 陽地를 指向한다

정보전은 적시 첩보와 정보가 역사를 바꿀 수 있고 정보는 1%의 가능성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에 그만큼 성역이 없으며 완벽한 공작도 없다. 한마디로 정보전은 국방안보,경제안보,외교안보,대테러국제법죄(마약,금융)등 전·평시 구분이 없고 전·후방 경계도 없다. 따라서 이 세계에서는 무엇보다도 요원들의 충천한 사기와 정보수장에 대한 신뢰가 필수적이다. 그간 리더십에 대한 불신으로 내부 협업이나 정보융합 부재가 자주 있었음을 반성하고 조직의 안정과 요원들의 전문화 정예화 노력 없이는 단순 정보행정기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지적에 철저한 경각심을 국정은은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외교가 가능성을 추구하는 예술이라면, 정보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공작적 기술이고 이는 오직 뛰어난 전문 리더십 존재를 전제로 한다. 이스라엘 모사드와 미 중앙정보국(CIA) 영국의 정보수장이 정권이 바뀌어도 자주 연임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속성 때문이다. 즉, 우리처럼 권력 실세나 측근을 전문성 없이 정치적으로 임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날의 국정원장 수난사와 소위 적폐청산 몰이는 참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흑역사가 아닐 수 없다. 정보 세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선의의 무지와 두려운 호기심, 그리고 정치권의 음모론적 편집증으로 국정원이 그간 얼마나 흔들렸었는지는 작금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려버린 대공전선의 비감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 제도권 안팎에서 광범위하게 암약하고 있는 종북 반국가세력이 민주주의를 이용해 바로 자유 민주주의 체제 그 자체를 위협하고 있음은 이미 대규모 간첩망 적발에서 잘 드러나고 있지 않는가.

국가정보원은 중앙정보부에서 시작하여 국가안전기획부를 거쳐 현재의 형태에 이르렀다.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다른 정부 부처와의 협의나 국무회의 출석 의무가 없다. 그러나 비상사태 발생 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해야 하나 의결권은 부여되지 않는다.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설립된 국정원은 안기부보다 휴민트 측면에서 격하되었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때까지 이러한 기조는 유지되다가 이명박 정권에서 안기부의 정보기관 특유의 폐쇄적 특성이 대폭 살아나 민주당 계열의 항의를 받았다.박근혜가 탄핵되면서 집권한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에 의해 도입된 국정원 견제 법안은 국정원의 역할에 제약을 가했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의 간첩 적발 건수는 26건에 달했지만,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3건에 그쳤으며, 해당 사건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 시작된 수사였다. 2022년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2024년부터 대한민국 경찰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합수단을 통해 방첩 활동을 지속하면서 사이버 간첩 방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해외 정보기관은 그 위상과 기능에 큰 변동이 없고 오히려 기능이 강화되는 반면, 우리나라 국정원은 상대적으로 위축돼가는 양상이다.

결론적으로 국정원은 전쟁을 제외하고는 안보의 최선, 그리고 군대와 함께 최후의 보루이다.대공 수사권 환원,정보자산인 인적 휴미트 복원등과 향후 정치적으로 휘말리지 않는 고도의 전문화로 무장한 지속적인 정보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고 독립성을 부여하여야 될 것이다.이런점에서 새로운 국정원장은 책임이 무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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