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정부가 13일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처음 내놓았다. 그 속엔 세상과 단절된 청년들의 고통이 그대로 묻어난다. 삶의 만족도가 전체 청년 평균(6.7점)을 크게 밑도는 3.7점에 그쳤다. 반면 자살을 생각한 비율은 75.4%로 전체 청년 평균(2.3%)의 32배에 달했다. 사회경제의 급격한 변화와 경쟁 압력에 탈진해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고립’ 상태 청년이 54만명, 그중 거주공간에 스스로를 가둔 ‘은둔’ 상태 청년이 24만명에 달할 걸로 정부는 추산했다. 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청년층의 고립·은둔이 다른 세대보다 더 두드러진 것은 아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연령별 고립 인구 비율은 35∼49세 5.4%, 50∼64세 6.6%, 65∼74세 8.3%, 75세 이상 10.5%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높다.

그러나 "고립된 청년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시기를 지속한다면 고립된 장년·중년·노인으로 남은 생애를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따라서 "청년기에 선제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이 실태조사를 보면 고립·은둔 청년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5~34세가 대부분이고, 2명 중 1명꼴로 심리적·신체적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다인가구에서 사는 비율은 70%에 달했다. 이들의 고통이 개인과 연결된 가족과 공동체의 캥거루족 고통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10명 중 8명은 고립·은둔 상태를 벗어나고 싶다고 답했지만, 일상 복귀에 실패한 비율이 절반이나 됐다.

“초경쟁 사회가 지속되고, 좋은 직장이나 학력을 가지지 않으면 모두 ‘루저(패배자)’로 낙인찍는 집단 문화

청년들이 실패 경험을 버티기 어렵다”며 “과거보다 취업 혹은 자기 실현이 어려워진 상황

경쟁이 극심한 입시·취업·대인관계 등에서 실패한 청년들은 자발적으로 은둔을 택하지만, 만성화되면 자기효능감이 낮아지면서 빠져나오기 어려워한다.타인과의 의미 있는 교류 없이 사실상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이 100명 중 5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립·은둔의 삶은 개인적 고통과 더불어 사회적 손실도 막심하다. 저출생·고령화가 심화될뿐더러 생산가능인구의 경제활동 참여가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사회 활력도 떨어지게 된다. 사회적 비용 손실이 연간 약 7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0만명 넘는 청년들이 스스로를 외부와 단절한 사회가 어떻게 밝은 미래를 논할 수 있겠나. 이날 정부는 첫 국가차원의 지원책으로 위기청년들을 대상으로 상시 발굴체계를 구축하고, 내년부터 지원센터 전담인력을 통해 일상회복을 돕는 시범사업도 실시한다고 밝혔다. 만시지탄일 뿐이다.

윤 정부는 ‘청년을 위한 새로운 정부’를 표방했지만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120대 국정과제 주요성과’의 청년정책 성과에는 ‘계획’과 ‘예정’, ‘추진 중’이라는 보고가 대부분이다. 재임 “1년간 확인된 것은 아무런 계획도 비전도 없으며 건실한 청년 정책은 실종돼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모습”이라고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사회 구조적 대안 탐색 촉구"

취업, 자산격차 등 구조적 문제 ...정책 실효성 제고해야

청년들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려면 신뢰할 만한 정책과 지속적 지원이 필수다. 향후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지원체계도 세심하게 운용해 청년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손을 내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풍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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