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무단으로 버려진 폐기물이라도 땅 주인이 처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는 토지 소유자 A씨가 경기도 양주시를 상대로 낸 투기폐기물 제거조치 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1월 경매로 양주시 내 940㎡ 규모의 잡종지 소유권을 취득했다.

이 땅에는 30여t의 건설폐기물이 방치돼 있었다. A씨가 경매로 땅을 사들인 뒤에 추가로 약 500t의 폐기물이 또 버려졌다.

양주시는 A씨가 폐기물관리법상 ‘토지의 청결 유지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폐기물 처리 명령을 내렸다. A씨는 주인 책임이 없는 무단투기 폐기물 처리는 ‘청결 유지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의 책임이 없다며 양주시의 폐기물 제거 명령을 취소했다. 땅에 방치된 폐기물은 A씨와 무관한 제3자가 버린 것이기 때문에 A씨가 폐기물을 치우지 않았다고 해도 청결 의무 위반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폐기물을 무단으로 버린 인물에게 처리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심은 판결을 뒤집어 양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폐기물이 방치된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토지 관리를 하지 않고 폐기물 제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아 청결 유지 노력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불법폐기물 처리책임을 직접 발생 원인자와 토지소유자 뿐 아니라 불법폐기물의 배출·운반·처분·재활용까지 일련의 과정에 관여하고, 법령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자까지 확대해 이를 미이행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한 법령 때문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쓰레기 투기범뿐 아니라 토지 소유자까지 폐기물 처리 명령 대상으로 규정해 같은 책임을 지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잡기도, 돈을 받아내기도 어려운 투기범 대신 비용을 청구하기 쉬운 땅 주인에게 구상금을 청구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땅 주인 54명에게 청구된 금액이 337억 원에 달한다.

투기범에 처리비용 받기 힘들자

애꿎은 땅주인에 수억 원씩 부과… 최근 4년 54명에 337억 청구돼

토지압류 불이익속 법마련도 무산

전문가 “땅주인에 면책기회 줘야”

토지-공장 소유주 쓰레기 처리비용 부담

그러나 정부가 올 초 선의의 피해자를 막겠다”며 추진하던 폐기물관리법 개정이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폐기물 처리 비용이 애꿎은 땅 주인에게 부과되는 사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27일 “투기가 얼마나 발생했을 때 누구에게,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등의 내용을 구체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그 대신 쓰레기산이 발생할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땅 주인에게 알리라고 구두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언제 어떻게 알리라는 세부 기준이나 지침도 없이 막연히 알리라고 하는 게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정부나 국회는 입법을 통해 폐기물 유기 투기범에 엄정한 처벌과 벌금을 부과 할 수 있록 하고 무고한 땅 주인에게는 면책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와같은 대형 쓰레기 폐기체제에 원천에서부터 신고, 추적 시스템을 갖추는 이력관리제를 시행하여 빌생이후 폐기. 적재까지 추적 관리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환경운동단체 국제 청년 환경 연합회 김석훈 총재는 지적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곧 생명이다. 지구를 살리자는 거창한 구호를 떠나 자신이 생존해야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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