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북한 간 긴밀한 군사 협력을 급속히 촉발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전략적 지각변동을 야기했다. 러시아는 북한의 탄약 지원으로 전쟁 지속 능력이 향상됐고, 북한은 그 대가로 경제적 숨통을 트고 첨단 군사기술을 전수받았으며 외톨이 외교 전선에서의 뒷배를 확보하게 됐다. 이 모든 것이 국제법과 제재를 위반한 결과이며, 그 행태는 범법자 둘이 술에 취해 서로 부축하며 비틀비틀 걷는 위험한 형국이다. 중국도 북한 핵 문제를 핵확산금지 차원이 아닌 미국과의 강대국 갈등 구도에서 다루는 입장으로 선회하며 북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런 것들이, 북한 김정은이 지난 연말 ‘대한민국은 교전국’ ‘남조선 영토 평정’ ‘내년 초 큰 파장과 대사변 준비’ 등 강경 발언을 토하고 ‘이제 우리의 시간이 왔다’고 호언케 한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 5일 백령도·연평도 방향으로 약 200발의 포격을 퍼부은 북한군은 그날 밤 총참모부 보도를 통해 “민족, 동족이란 개념은 우리의 인식에서 삭제됐다”고 선언했다, 북은 6일과 7일에도 서해상으로 포탄 수십발을 난사했다. 일련의 도발은 일주일 전 김정은이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한 것의 연장선에 있다. 김정은은 “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다를 바 없었다”며 역대 한국 정부의 모든 대북·통일 정책을 싸잡아 비난했다. 전 김대중대통령때부터 진행된 했볕정책,민주당을 비롯한 이른바 진보 세력이 신봉해온 햇볕정책에 대한 사망 선고와 다름없었다.

북한에게 핵을 만들 기회를주고 햇볕정책을 맹신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을 때마다 북한에 현금을 퍼주며 방조한 결과다. 북은 한국을 핵공격할 의지는 물론 능력까지 갖춘게 사실이다. 북한 정권에 이들은 ‘쓸모 있는 바보’였을 것이다

북한의 민족 개념 폐기가 햇볕정책의 근거 자체를 원천 무효화시켰지만 민주당과 이른바 진보 세력은 제대로 된 입장 표명도 하지 않은 채 정부 비판만 쏟아내고 있다. 포격 첫날 민주당 국방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했다. 국회 외통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의 개성공단지원재단 해산 방침에 대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성명을 냈다. 북한이 남북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때는 한마디 말도 없었던 그들이 이었다.6일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행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김대중 정신을 되살리자” “평화의 가치 아래 단합하자”고 했다. 북한·북핵을 규탄하거나 햇볕정책을 반성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북에 토사구팽 당하고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른 채 여전히 ‘평화 타령’을 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집권 시기는 남북 간 평화 무드가 최고조에 이른 때였다. 문재인 정부역시 남북 정상이 만나고 금강산과 개성공단이 북적였다. 북한은 궤멸시켜야 할 적이라고 믿던 국민모두는 평화통일의 가능성을 생각했을 정도다.”

그런데 왜 북한은 NLL을 넘어 기습 공격 했을까.“크고 작은 국지도발을 일으키는, 그게 북한이다. 겉으론 평화를 운운하고 화해 무드를 연출하면서도 군사적으로는 끊임없이 도발을 감행하는 게 그들의 본질이다. 우리가 그걸 잊을 뿐이다.”

“한반도는 전쟁 중이라는 엄연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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