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심 시인
김순심 시인

 

저의 글쓰기는 어린 날 부모님과 헤어져 지낸 외로움이 아직도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그 차가움을 서서히 데우기 위한 작업인 것 같습니다.”

맑고 향기로운 심성과 자연을 노래하는 김순심(金順心) 시인이 첫 시집 도마 소리에 배부른 항아리를 펴낸 소회다. 중학교 1학년 때 전남 나주에서 서울로 유학 와 외롭게 지내던 시절 고향의 아버지가 보내온 편지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뜯어볼 때 사랑하는 내 딸 순심아로 시작하는 첫 구절에서 아버지의 사랑과 안온함을 느꼈다는 김 시인의 서사가 시집 전편에 흐르고 있다.

1부 참깨 밭에 내리는 햇살(소금 외 19), 2부 두 바퀴 세상(이삿짐 외 19), 3부 히잡을 쓴 여인(그 사람 외 19), 4부 연등을 밝히며(뼈 외 18)에 실린 79편의 주옥같은 시어(詩語)들은 김순심 문학세계를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시의 이미지가 서정의 물결로 흐르면서 물위로 떠오를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듯 그리움의 원형적 대상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서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상징적 세계를 구축하는 시집이라는 게 평단의 시각이다. 사람들에게 맑고 향기로운 서정성을 키우게 하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맑고 향기로운 심성과 자연 노래수준 높은 표현력 기본 탄탄

황송문 시인 김순심 시세계는 숭고미와 인정 미학·순실한 자세

 

황송문 시인(전 선문대 인문대학장)이 작품 해설에서 김순심 시인의 시세계는 작품 소금’ ‘항아리’ ‘도마등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와 같이 단적으로 말해서 숭고미와 인정미학, 생활인의 순실(純實)한 자세다라고 평론한 게 뒷받침하고 있다.

소금을 보자. “임자도 해변에서/ 태양열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바다의 입방체였다// // 수많은 시간을 묵묵히 견디고/ 디시 태어나/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 인류의 기도는/ 세상의 소금이 되는 길이다.”

바다의 입방체로서의 생명창조를 보이고 있다. 종교적 차원의 건강한 숭고미와 정화작용으로 받아들여진다.

시집 ‘도마 소리에 배부른 항아리’
시집 ‘도마 소리에 배부른 항아리’

 

또 다른 시 도마를 감상해보자. “우리 집에 온 지/ 20여년 된 박달나무 도마/ 반반하던 모습에도 잔주름이 늘었네.// 시어머니 칼날을/ 말없이 견디어내고// 세상이 힘들 때마다/ 더욱 세차게 상처를 받았지만/ 그래도 묵묵히 견디어주었지.// / 상처를 보이지 않는 생활의 동반자/ 그대 있어 내 상처도 무늬가 되었네.”

박달나무 도마가 의인화되면서 도마와 김 시인은 동일시되고 있다. 주체와 대상이 서로 닮은 상사성(相似性)을 띠고 있다. 수준 높은 표현력이다. 김순심 시인의 미래 시작(詩作)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양하이하이() 대표이사인 김 시인은 계간 문학세계시 부문 등단(2012) 후 꾸준히 시작(詩作) 활동을 하고 있다. 명지대 문예창작과 졸업(석사)에서 보듯 문학 이론에도 밝아 김순심 시인의 시가 기본에 탄탄하다는 평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순심 시인의 시집 안에 자리를 같이하는 시들은 모두 사람과 자연에 대한 사랑이 이슬처럼 빛난다. 3 가을날 부모님이 보고 싶어 무작정 호남선 기차를 타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그날의 풍경을 잊을 수 없다고 토로한 시인은 시 쓰기는 나에게 고통이지만 그날의 셀렘을 가져다 준다고 회억하고 있다. 김순심 시인의 시가 왜 튼실하고 우리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지를 상징하고 있다. 문학사계 , 142.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