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시문학협회 이사장 은결 유정미 시인, 교수, 논설위원, 작가, 기자, 작사가
대한시문학협회 이사장 은결 유정미 시인, 교수, 논설위원, 작가, 기자, 작사가

 

지난 해가 꼬리를 감추고 새해가 사하라 사막에서 불어온 황사로 인하여 검은 하늘에 별 하나도 없이 둥둥 떠 있었다. 그 시간에 하나님께 두 손 모아 신년 기도문을 드렸다. 더불어 마음을 모아 신년 계획을 주님께 올려 드리고, 감사와 경배를 드렸다. 성령의 에너지를 가득 채워 승리로운 선교의 길을 가기 위해 지난해의 사역들을 뒤 새기며 영과 혼과 육을 비웠다.

 

바람을 타고 흘러내리는 송구영신예배는 뜨겁게 온 교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평상시 장례식만 있으면 빠지는 교인들까지 새해 새벽에 병자년의 축복을 받으려고 가장 좋고 깨끗한 정결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우리는 지져스미션교회에 모여 함께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를 드렸다. 이 순간만큼은 교회가 아름다운 성소가 되어 향기로운 제사를 드렸다.

 

찬양을 입가에, 기도를 마음에, 말씀을 뼈에 새기며, 기쁨이 충만한 가운데 저 천성에 상달되도록 올려 드렸다. 항상 이렇게 모든 교인들이 다 주께 나와 주님께 예배를 드리면 얼마나 좋을 까. 기쁨 반, 아쉬움 반의 기도가 새어 나왔다.

 

화사한 햇님은 엷은 옷으로 갈아 입고, 새해 1월 1일 신년예배를 드렸다. 여 교인들은 무지개가 핀 드레스를 입고, 아이들은 생일 날에 입을 만한 핑크 드레스에 레이스 양말, 한 컷 멋을 부렸다. 찬양을 열정적으로 드리니 곱디고운 옷들이 땀으로 듬뿍 젖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고 땀을 주르륵 흘리면서 하나님께 온 몸으로 찬양 드렸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인간의 눈도 이리 기특한데, 하나님은 어떠실까 생각하니 미소가 물안개처럼 피어났다.

 

2부 순서로 주님이 우리 발을 사랑으로 씻어 주듯이 남편이 아내의 발을 씻어 주는 세족식을 행했다. 여 교인들의 얼굴에 함박꽃이 만발했다. 흑진주의 땅에 태어나서부터 맨발로 땅바닥을 밟고 다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발에 군살이 더덕더덕 붙어 단단하고 못생긴 발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 날만큼은 왜! 이리 발이 예뻐 보이는지, 모두 사랑스러운 발처럼 보였다.

 

피터 집사님은 결혼 후에 처음으로 아내의 발을 씻어 준다고 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건넸다. 샤롯 집사님은 너무나 존귀하고 경배만 받을 주님이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어 준 것에 감격해 눈물을 엿 보였다. 너무나 행복해 남편을 껴안는 분도, 아이! 간지러워하며 깔깔거리며 웃는 분도 다양한 표정이 연출되었지만, 그곳에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과 남편의 포근한 사랑이 흘러 넘쳤다.

 

새해 둘째 날, 토요일 오후 2시에 온 교인들이 음식 하나씩 준비해 와 새해 상과 곁들어 미니 체육대회를 했다. 햇살이 살며시 고개를 떨구어 무더위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덕택에 교회 마당에서 친교모임을 갖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나는 기도를 성심을 다해 올려 드리고, 가나 드럼도 치며 찬양을 함께 드렸다.

 

여 교인들이 그 육중한 몸에 체육대회를 한다고 청바지와 빨간 티셔츠 입은 모습이 너무나 뚱뚱해 바지가 터질 것 같아 불안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한 점도 신경을 쓰지 않고 게임하고, 배구를 하며 하하 호호 신나게 놀았다. 가나 여자들은 어렸을 때는 날씬하고 예쁘다. 그런데 결혼하고 아기를 낳으면 보통 통통해지다가 어느새 둘, 셋 아이를 낳으면 이상할 정도로 뚱뚱보가 된다.

원래 가나 미인은 통통한 여인이 미인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교인들이 “나보고 말랐다” 며 “살찌라”고 매일 기도를 드렸다. 그 기도의 응답으로 내가 살이 전보다 많이 올랐나 보다. 나는 그 사실을 늦게 알았다. 우리나라는 살이 찌면 안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음부터는 그런 기도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던 기억이 안개처럼 올라온다.

 

배드민턴, 배구, 게임, 공놀이 등등 벚꽃이 날리듯이 행복의 나래를 펼쳤다. 해가 나무 사이에 걸쳐 앉을 때에 온 교인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해온 음식을 차려 놓았다. 환한 웃음을 반찬 삼아 천국의 밥을 먹었다. 교회 등불이 번쩍거리듯이 앰프에서는 계속 음악이 흘러나오고, 찬양대는 마이크와 한 몸이 되어 찬양을 드렸다. 검은 밤에 기쁨이 충만한 찬양은 마을을 뒤흔들어 놓았다.

 

저녁 8시가 되어 헤어질 시간에 주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 갔다.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는지 모르겠다. 가나인들은 지금도 영양상태가 안 좋아 영양실조가 40%가 넘는다. 어렸을 때는 먹을 것이 없어 부모가 먹고 남은 것을 먹고 자랐다. 음식도 다양하지 않고 간단하다. 만드는 시간은 엄청 오래 걸린다. 먹을 것이 없어 제대로 못 먹고 살았는데 참 튼튼한 편이다. 하나님께서 아프리카인에게 준 선물이 건강과 운동신경인 듯하다. 이래저래 감사할 뿐이다.(다음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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