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과다경쟁’ 이유 41% 3년 내 폐업 고려

자영업 등 영세 소상공업이 붕괴되고 있다.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와 지속되는 불황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부채에 시달리며 폐업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일자리 행정통계 개인사업자 부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개인사업자의 평균 대출은 1억7918만원으로 전년보다 1.1%(201만원) 증가했다. 비은행권 대출이 1년 전보다 5.3% 증가한 반면, 은행권 대출은 1.6% 감소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 개인사업자의 평균 대출이 2억508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40대(2억114만원), 60대(1억8364만원) 등 순이다.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불법 사금융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불법 사채의 최고금리는 무려 연 1100%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 원으로 1년 전(909조2000억 원)보다 110조6000억 원 증가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 말까지만 해도 대출 잔액은 684조9000억 원에 그쳤지만 3년 만에 50%가 불어났다.

이러다보니 ‘자영업자의 약 41%가 3년 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의 음식점·숙박업 등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안이 없거나 비용 부담 등으로 폐업을 하지 못한다는 자영업자도 절반을 넘었다.

폐업을 고려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영업실적 지속 악화(29.4%)·자금사정 악화 및 대출 상환 부담(16.7%)·경기 회복 전망 불투명(14.2%) 등이다. 폐업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한 경우에도 특별한 대안이 없음(22.3%) 등의 부정적 이유가 53.1%로 긍정적 이유(25.5%)를 웃돌았다. 불경기와 과다 경쟁 등으로 희망이 없다는 뒷받침이다.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그만둔 가장은 자영업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물론 우리나라의 특성상 자영업 비중이 높다. 인구 1000명당 도소매업 사업체 수는 일본 11.0개·미국 4.7개·영국 7.8개·독일 9.3개인데 비해 한국은 18.8개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많다. 음식숙박업도 인구 1000명당 13.5개로 일본(5.6개)·미국(2.1개)·영국(2.7개) 등에 비해 많은 편이다. 제한된 내수시장에서 출혈경쟁이 일다 보니 수익률이 낮고 폐업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역·업종별 ‘자영업 과밀지수’를 담은 상권정보시스템이 필요하다.

640여만명의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실물경제의 바닥을 이루는 계층이다. 파산 벼랑으로 내몰리면 충격은 전 방위로 번진다. 이들이 고용한 저소득층도 연쇄 충격을 받게 된다. 이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경제위기 차원의 대응에 나서야 한다. 예컨대 과도한 영업제한 철폐, 임대료·공과금·인건비 등 매장 운영비가 보전되도록 실효적인 보상 방안,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시행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불명확한 의무와 과도한 처벌수준 등으로 인한 혼란과 애로가 크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대기업과 중견기업도 중처법에 대해 애로를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5인 이상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 느끼는 부담감은 훨씬 크다는 것은 불 보듯 훤하다. 따라서 50인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처법은 1월 27일부터 적용되고 있지만 철저한 준비와 지원 체제를 갖춘 이후로 연기되는 게 마땅하다. 사업주가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받으면 사업주 역할이 절대적인 소규모 사업장은 폐업 위기에 처하고 실업률이 늘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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