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육류 등 생활물가 폭등에 주부들 ‘비명’

설 연휴 기간 정치권은 결정적 영향을 미칠 ‘밥상머리 민심’을 얻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과 과제로 내세운 ‘운동권 특권 세력 청산’과 ‘윤석열 정권 심판’ 프레임 전쟁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기울지를 놓고 민심을 돌리는데 힘썼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기면 ‘개딸’ 전체주의와 운동권 특권 세력이 의회 독재를 강화해 이 나라와 동료 시민을 정말 고통받게 할 것”이라고 앞장서 포문을 열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무능하고 무도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 민주주의와 평화·민생과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결정하면서 불붙은 꼼수 위성정당 논란과 여야의 책임 공방도 설 연휴 내내 지속되며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이런 가운데 거대 양당에서 빠져나온 제3지대 세력이 ‘개혁신당’이라는 깃발 아래 합당을 선언해 총선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 곧 경제다. 여야가 공통적으로 파악한 설 민심은 ‘국민의 삶이 어려우니 정치를 제대로 하라’였다. 정치권이 설 연휴 이후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을 세워야 할 분야가 민생 경제임이 재확인된 것이다. 지금 나라 경제는 말이 아니다. 특히 고물가로 서민들의 삶이 휘청이고 있다. 육류가 10%대로 덜 오르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채소·과일·외식이 거의 20%, 25% 그리고 50%까지 오르면서 주부들은 비명을 지를 정도다.

주요 실물 경제지표도 부진의 늪에서 허덕인다. 서민들은 빚으로 살다보니 1900조에 가까운 가계부채는 위험 수위다. 어디 그뿐인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서민들은 이런 불경기는 처음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8%였다.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4.8%)을 제외하면 2013년(1.7%) 이후 10년 만에 가장 부진했다. 내수 부진은 소상공인 부담을 가중시켰고, 가격에 전가되면서 소비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소상공인은 전체 기업의 95%, 종사자의 45%를 차지하는 골목경제의 허리다. 수출이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경제가 나아지더라도 골목경제가 살아나지 않고는 경제 회복의 온기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을 살리는 최고의 방법은 민간 소비 활성화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어 내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비축물량 방출 확대와 직거래 활성화·서비스 가격 안정화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관광 등 서비스산업의 발전 또한 시급하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면서도 고용 비율이 높은 중소기업도 위기다. 국내 중소기업 수는 770여만 개로 전체 기업의 99%이고, 종사자는 1850만 명으로 전체 기업 종사자의 8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한데 부도가 날 확률이 10%가 넘는 이른바 부실기업의 부채가 4년 새 2.3배 늘어나면서 200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기업부채 리스크와 여신 건전성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비금융기업 3만5000여개의 부채 분석 결과 대상기업의 총부채는 2018년 1719조원에서 2023년 2700여조원으로 연평균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부실기업, 이른바 ‘한계기업’의 대다수는 중소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정치권은 정쟁을 접고 국민의 살림살이를 돌아보고 이를 개선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당과 후보들이 살펴야 할 현안은 팍팍해진 국민의 삶을 살리는 일이다. 그게 바로 설 민심임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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